"스타벅스 매장에 한국의 '사랑방 문화'를 들여놓겠습니다. "

이빈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날 아시아 · 태평양지역 매장 디자인 매니저(38 · 사진)는 2일 스타벅스 서울 신청담역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에선 음료를 테이크 아웃하거나 바에 서서 커피를 즐기는 고객이 많은 반면 한국 고객은 앉아서 쉬거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를 감안해 천편일률적인 매장 대신 소비자와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새로운 매장을 속속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최근 문을 연 신청담역점을 들었다. "거실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2층 공간에 테이블 수를 줄이고 바닥에 카펫을 깔았습니다. 또 낮고 푹신한 소파와 낮잠용 침대를 널찍이 배치하고 조도는 낮췄습니다. 고객 회전율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편히 놀다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 기존에 스타벅스가 딱딱한 나무 의자를 좁게 배치한 것과 반대되는 컨셉트다.

이 매니저는 홍익대 건축과와 컬럼비아대 건축 · 도시계획 및 환경보호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유명 건축사무소인 '퍼킨스 이스트만'에서 근무하다 2007년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커피컴퍼니에 입사했다. 현재 홍콩지사에서 한국 매장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스케일 큰 건축물도 좋죠.하지만 제가 매일 들러 커피를 마시는 곳을 직접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제가 꾸민 공간에서 쉴 수 있다는 건 보람 있는 일이죠."

그가 2008년 디자인한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의 매장은 금속 소재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테이블에 스크린을 장착,앉은 자리에서 주문하고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 그해 미국 본사에서 선정한 '글로벌디자인 소형 매장 부문 최우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신청담역점은 스타벅스가 향후 매장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선보인 '하이 프로파일(high profile · 신개념 디자인)' 국내 1호점이다. 스타벅스는 53개국에서 1만6000개 매장을 운영하지만 이런 형태의 매장은 지난해부터 선보여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10개 정도 있다. 이 매니저는 "전체 매장의 10%를 하이 프로파일 매장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청담역점이 강조한 점은 '커피''지역성''친환경'이다. 이 매니저는 "원두 판매점으로 출발한 시애틀 1호점의 초심에 따라 커피와 관련 없는 장식물을 없애고 커피를 생산 · 제조하는 과정을 사진과 글로 담아 벽을 장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리스타와 함께 희귀 커피를 시음하거나 구매하고 커피를 배울 수 있는 테이블을 계산대 옆에 따로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적 특색을 살리기 위해 심연옥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전통미술공예과)의 고려시대 복식 디자인을 재현한 작품 두 점을 전시했다. 친환경 매장을 구현하기 위해 폐교에서 가져온 목재와 폐기와로 벽면 및 계단을 꾸몄다.

"매장이 중요한 이유는 매장이 곧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고객을 만나는 거의 유일한 접점인 매장은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좋은 이웃'이라는 스타벅스 브랜드 철학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입니다. "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