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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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시다. 끝구절이 이렇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러한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 건 이렇게 간단하다.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건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쉬운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최근 알았다. 며칠 전 지방 출장을 다녀올 때였다. 평일이라 막힐 이유가 별로 없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이 천안부터 밀렸다. 힘들게 서초동쯤 도착했을 때 알았다. 접촉 사고를 낸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하늘에서 헬기로 내려다봤으면 그곳에서부터 뒤로 수십㎞ 이어진 정체가 바로 자신들 때문이란 게 명확하게 보였을 텐데.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소중한 것들을 한꺼번에 뺏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이다.
최근 방한해 '대 · 중소기업 상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있는 《사랑받는 기업》의 저자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가 새롭게 선보인 용어가 있다. 바로 '깨어있는(Conscious) 자본주의'다. 쉽게 얘기하면 희미한 정신이 아니라 똑바른 정신으로,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가치와 목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경영하는 이념이다.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은 《박애자본주의》(4월의책)가 인기를 끌고 있고 고이평화재단이 편찬한 책은 아예 《깨어있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나왔다(에이지21 출간).새로운 자본주의가 온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이 이미 무르익어가는 느낌이다.
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물결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더 성숙해졌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기업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간단하고 명확했다. 새로운 상품,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음으로써 세상에 풍요를 가져다 주고 그 결과를 이익으로 남겨 재투자하고 사회에 선순환을 주는 것이었다.
《깨어있는 자본주의》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 회사가 있었음으로 해서/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에머슨의 시와 비슷한 정서다. 사람이 중장년을 넘으며 자기나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돌보는 성숙성을 보이듯이 자본주의도 이제 새로운 나이를 먹고 있는 셈이다.
헝그리 정신 하나만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바쁘게 달려온 한국 기업들에 숭고한 목적이나 착한 정신은 한가로운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회사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인 만큼 의미있는 일을 하려는 직원들의 달라진 욕구도 감안해서 새로운 비전을 가다듬을 때가 된 것 같다.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이제 사람들은 더 중시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개념도 이 기회에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을 바꾸지 않고 책임만 강조하면 사회를 위한 활동 자체가 재정적,시간적 부담이 될 뿐이다. 오히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정렬시키면 직원들의 충성도와 시장의 친밀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국내에서 수년 사이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바로 그런 것이지만,아직은 작은 기업의 특이한 모델로만 인정되고 있어 아쉽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 건 이렇게 간단하다.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건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쉬운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최근 알았다. 며칠 전 지방 출장을 다녀올 때였다. 평일이라 막힐 이유가 별로 없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이 천안부터 밀렸다. 힘들게 서초동쯤 도착했을 때 알았다. 접촉 사고를 낸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하늘에서 헬기로 내려다봤으면 그곳에서부터 뒤로 수십㎞ 이어진 정체가 바로 자신들 때문이란 게 명확하게 보였을 텐데.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소중한 것들을 한꺼번에 뺏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이다.
최근 방한해 '대 · 중소기업 상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있는 《사랑받는 기업》의 저자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가 새롭게 선보인 용어가 있다. 바로 '깨어있는(Conscious) 자본주의'다. 쉽게 얘기하면 희미한 정신이 아니라 똑바른 정신으로,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가치와 목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경영하는 이념이다.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은 《박애자본주의》(4월의책)가 인기를 끌고 있고 고이평화재단이 편찬한 책은 아예 《깨어있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나왔다(에이지21 출간).새로운 자본주의가 온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이 이미 무르익어가는 느낌이다.
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물결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 더 성숙해졌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기업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간단하고 명확했다. 새로운 상품,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음으로써 세상에 풍요를 가져다 주고 그 결과를 이익으로 남겨 재투자하고 사회에 선순환을 주는 것이었다.
《깨어있는 자본주의》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 회사가 있었음으로 해서/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에머슨의 시와 비슷한 정서다. 사람이 중장년을 넘으며 자기나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돌보는 성숙성을 보이듯이 자본주의도 이제 새로운 나이를 먹고 있는 셈이다.
헝그리 정신 하나만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바쁘게 달려온 한국 기업들에 숭고한 목적이나 착한 정신은 한가로운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회사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인 만큼 의미있는 일을 하려는 직원들의 달라진 욕구도 감안해서 새로운 비전을 가다듬을 때가 된 것 같다.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이제 사람들은 더 중시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개념도 이 기회에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을 바꾸지 않고 책임만 강조하면 사회를 위한 활동 자체가 재정적,시간적 부담이 될 뿐이다. 오히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정렬시키면 직원들의 충성도와 시장의 친밀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국내에서 수년 사이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바로 그런 것이지만,아직은 작은 기업의 특이한 모델로만 인정되고 있어 아쉽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