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리더에게 듣는다] "채권값 올랐지만 여전히 돈 벌 기회 있다"
"요즘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과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입니다. "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49 · 사진)은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채권시장에 대해 이같이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 채권금리 급락(채권가격 급등)에 대해 "중국이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진단했다. 대규모 중국 자금 유입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하자,그동안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국채선물을 매도했던 국내 기관들이 황급히 숏커버링(매도물량 회수)에 나서면서 금리가 추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1998년부터 조흥투신(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한 '채권 펀드매니저 1세대'다. 현재 아이투신운용에서 채권운용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월이자 지급식 펀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채권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 본부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는 해프닝이 앞으로도 종종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화와 유로화가 위협받으면서 태국 중앙은행은 1년 전부터 한국 원화에 투자했고,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원화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원화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채권금리 하락 속도는 다소 빠른 감이 있지만 채권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는 현재 1%포인트 이상으로,과거 수년간 평균치 0.50%포인트보다 훨씬 벌어져 있다"며 "이는 결국 채권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더 남아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두 차례 정도 더 올릴 것이기 때문에 채권 투자에 불리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국고채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회사채는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종목만 잘 선택하면 투자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사채 투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일반 회사채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김 본부장은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니 모두들 ABCP 투자를 외면하고 있지만 이는 전형적인 '쏠림현상(herd behavior)'에 불과하다"며 "삼성물산 두산중공업처럼 우량 회사들이 보증하는 ABCP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개인은 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고,그 아래 신용등급은 전문가들의 투자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수익연계채권에 대해 "연 4.72% 이자를 주고 나중에 땅을 팔아 수익이 나면 추가로 수익을 주기 때문에 CB나 BW와 같은 상품"이라며 "LH의 부채가 많긴 하지만 정부가 지분 85%,정책금융공사가 15%를 보유해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고령화 시대에 3개월에 한 번씩 이자를 주는 채권은 개인들이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필수적인 자산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채권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글=김동윤/사진=김영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