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하늘은 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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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다. 늘 한두 가지는 부족하게 마련이다. 최고 미인이란 소리를 듣는 여배우들 치고 연기력이 뛰어난 경우를 못 봤다. 천재작가 중에 장수하는 사람이 드물고,유산이 많은 집안에 형제간 우의가 돈독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실력은 세계 최고이지만 자제심은 못 갖췄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다 가질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공짜 점심만 찾고,다 갖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다 가지려 할 때 말썽이 난다. 청문회에 나온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한결 같았다. 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 투기의혹,재산 축소신고,논문 중복게재,군대 면제 등에서 하나라도 안 걸린 사람이 없다. 평범한 국민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것들이다. 이게 '장관 스펙'인가 싶을 정도다. 물론 그들도 권력과 부(富)를 동시에 누릴 순 없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스캔들' 식으로 자신에게는 관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40대 총리 후보자는 한 가지가 모자라 끝내 낙마했다. 훤칠한 외모와 자수성가 스토리에 이른 총리 발탁으로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문제의 기업인을 만난 시기를 오락가락하는 기억력 부족에 더이상 보호막은 남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선 마치 공짜점심이 있는 양,'고수익 저위험' 금융상품이 있다고 선전한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상식인데,금융회사들은 이를 은폐하고 투자자들은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것이 ELS(주가연계증권)다. 현재 원금 비보장형 ELS 중에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재발할 때 원금이 무사할 상품은 없다. 운 좋으면 중도에 수익이 날 수도 있겠지만,만기까지 2~3년간 지뢰밭일 수도 있다. 요즘 나오는 ELS의 목표수익률은 연 10~20%에 이르고,심지어 연 30%짜리도 등장했다. 은행 예금이자의 10배까지 준다면 위험도 그만큼 커지는 데,판매사들은 손실확률을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만 설명한다. 한 중소형 증권사가 타사 ELS의 손실확률까지 공개해 업계에 벌집을 쑤시고도 떳떳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거래소가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라고 자랑하는 ELW(주식워런트증권)는 한술 더 뜬다. 주식옵션 거래상품인 ELW는 대박과 쪽박 사이를 줄타기하는 '허가된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원금 손실률이 100%가 될 수도 있다. 증시 수요에 도움이 안 되고 시장헤지 기능도,자금조달 기능도 없다. 여기에 거래소는 홍콩에서 유행하는 조기종료 워런트까지 내달 6일 도입한다. 소액 투자자를 위한 것이라는데,시장 볼륨을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것 외에 무슨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맨큐의 경제학》에서 제시한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중 첫 번째 원리다. 우즈가 불륜의 대가로 최대 5억달러의 위자료를 치렀듯이 고수익을 좇았으면 고위험도 감수해야 하고,위법이나 부도덕한 전력이 있으면 공직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은 어릴 적부터 가르칠수록 좋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린 두 딸에게 용돈을 주기에 앞서 용돈 쓰는 법부터 가르쳤다. 반면 국내에선 서른을 넘긴 자식에게 용돈을 줘가며 취업 · 고시 준비를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이 꽤 있다. 성인이 된 자식이 스스로 치러야 할 대가마저 부모들이 대신 부담해준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형규 증권부장 ohk@hankyung.com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다 가질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공짜 점심만 찾고,다 갖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다 가지려 할 때 말썽이 난다. 청문회에 나온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한결 같았다. 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 투기의혹,재산 축소신고,논문 중복게재,군대 면제 등에서 하나라도 안 걸린 사람이 없다. 평범한 국민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것들이다. 이게 '장관 스펙'인가 싶을 정도다. 물론 그들도 권력과 부(富)를 동시에 누릴 순 없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스캔들' 식으로 자신에게는 관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40대 총리 후보자는 한 가지가 모자라 끝내 낙마했다. 훤칠한 외모와 자수성가 스토리에 이른 총리 발탁으로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문제의 기업인을 만난 시기를 오락가락하는 기억력 부족에 더이상 보호막은 남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선 마치 공짜점심이 있는 양,'고수익 저위험' 금융상품이 있다고 선전한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상식인데,금융회사들은 이를 은폐하고 투자자들은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것이 ELS(주가연계증권)다. 현재 원금 비보장형 ELS 중에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재발할 때 원금이 무사할 상품은 없다. 운 좋으면 중도에 수익이 날 수도 있겠지만,만기까지 2~3년간 지뢰밭일 수도 있다. 요즘 나오는 ELS의 목표수익률은 연 10~20%에 이르고,심지어 연 30%짜리도 등장했다. 은행 예금이자의 10배까지 준다면 위험도 그만큼 커지는 데,판매사들은 손실확률을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만 설명한다. 한 중소형 증권사가 타사 ELS의 손실확률까지 공개해 업계에 벌집을 쑤시고도 떳떳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거래소가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라고 자랑하는 ELW(주식워런트증권)는 한술 더 뜬다. 주식옵션 거래상품인 ELW는 대박과 쪽박 사이를 줄타기하는 '허가된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원금 손실률이 100%가 될 수도 있다. 증시 수요에 도움이 안 되고 시장헤지 기능도,자금조달 기능도 없다. 여기에 거래소는 홍콩에서 유행하는 조기종료 워런트까지 내달 6일 도입한다. 소액 투자자를 위한 것이라는데,시장 볼륨을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것 외에 무슨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맨큐의 경제학》에서 제시한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중 첫 번째 원리다. 우즈가 불륜의 대가로 최대 5억달러의 위자료를 치렀듯이 고수익을 좇았으면 고위험도 감수해야 하고,위법이나 부도덕한 전력이 있으면 공직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은 어릴 적부터 가르칠수록 좋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린 두 딸에게 용돈을 주기에 앞서 용돈 쓰는 법부터 가르쳤다. 반면 국내에선 서른을 넘긴 자식에게 용돈을 줘가며 취업 · 고시 준비를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이 꽤 있다. 성인이 된 자식이 스스로 치러야 할 대가마저 부모들이 대신 부담해준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형규 증권부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