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7일 창춘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이 지린성 지린시에서 창춘으로 이동한 것은 후 주석을 만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동북 3성에 머물러 온 후 주석도 창춘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창춘 이동 시점과 맞물려 후 주석이 창춘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3남 김정은 후계 문제와 최근 수해 로 가중되는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경제협력 등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방중 때 중국에 1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식량지원을 요청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당시 홍루몽 관람을 취소하고 베이징에 하루만 머문 후 서둘러 떠나자 회담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 측에 지난번 회담에서 마무리짓지 못했던 경협 확대를 요구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내달 김정은으로 권력이양을 공식화하기 위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를 제대로 치르려면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이 3개월여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지린시 우쑹호텔을 출발해 승용차 편으로 창춘으로 이동,난후호텔에 도착했다. 난후호텔은 지린성의 영빈관으로 과거 김일성 북한 주석과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지도자들이 숙소로 애용해왔다.

한편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과 관련,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권력승계 문제 아니겠느냐"며 "북한 국내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큰 결단을 할 때는 (지도자가) 국립현충원이나 아산 현충사를 찾지 않느냐"며 "성지 순례의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을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28일 창춘에서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귀국 행로로는 창춘~쓰핑~선양~단둥~신의주 노선을 이용할 공산이 커 보이나 창춘~쓰핑~퉁화~지안~만포 노선을 선택할 수도 있다.

홍영식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