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자니…MB 조기 레임덕 우려
주말이 고비…직권상정前 물밑 협상 주목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가 연기된 데는 야당의 반발뿐 아니라 여당 내 기류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27일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인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총리 인준안만 처리된다면 장관 1~2명을 버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나라, 총리 부적격 의견 봇물
한나라당은 27일 두 차례나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한 의원은 "오늘 의총에서 참석자 중 상당수가 김 총리 후보자의 '거짓말 논란' 등을 이유로 총리로서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이 같은 당내 여론이 부담이다. 점점 김태호 카드가 버릴 수도,계속 안고 갈 수도 없는 '계륵'처럼 돼 간다고 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연말 예산정국 등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야당과의 관계 악화로 국회 기능이 마비되는 것과 총리 인준안 좌절 시 예상되는 정권의 조기 레임덕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 운영 안정 등을 위해 총리 인준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으나 당내외 여론이 너무 안 좋아 무턱대고 밀어붙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당 조사와 대국민 조사에서 김 총리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에서 당이 강행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역풍을 맞을 것이 뻔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靑, 총리만 살리면…
민주당 등 야당은 총리의 낙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자체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61%나 됐다. 어떻게 총리직이 정치적 거래로 인준될 수 있느냐"며 "김 후보자는 오늘이라도 검찰 내사 기록과 해외출장 관련 환전 기록을 제출해야 하며 금감원은 김 후보자에게 선거자금을 대출해준 경남은행을 당장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입장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총리 인준 표결 등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완전히 끝나야 판단할 문제라고는 하지만 일단 '전원 임명'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총리만 통과된다면 장관 한두 명을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방향이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지난 2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내부적으로도 한분 한분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유념하면서 국회 움직임을 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 단독처리에 부담
여야는 27일 합의로 청문특위 활동을 끝냈다. 이제 총리인준안 처리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밖에 없다. 따라서 여야는 주말 물밑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희태 의장 측은 일단 여당이 단독으로 표결처리하는 데 반대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 측은 여야가 합의해 총리인준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여당의 직권상정 합의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희박하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이 주말에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구동회/박수진/홍영식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