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택시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던 J사장은 택시 영업 허가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현지 정부 부처에 직접 찾아가자니 말이 안 통하고,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도 없었다. 그때 마침,지인을 통해 영업 허가를 받아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선 에이전트를 만났다.

능력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서일까? 성공 보수를 별도로 지급하기로 하고 착수금을 지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이전트로부터 영업 허가증이 곧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J사장은 연락을 받은 즉시 한국에서 택시를 구매해 캄보디아로 선적을 했고,얼마 뒤 영업허가서를 수령했다.

이제는 영업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J사장은 이 허가증이 택시영업이 아닌 화물영업 허가증임을 알게 됐다.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 착수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에이전트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미 시아누크빌 항구에 도착해 있는 택시도 처리할 길이 막막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의 사정을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이 J사장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캄보디아 비즈니스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캄보디아에는 수많은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으며,커미션은 당연한 비즈니스 관행으로 여겨진다. 10달러 미만의 버스 티켓 매매에도 커미션이 있으며,부자(父子)지간에도 커미션이 오고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비즈니스에서 커미션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고위층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비공인 브로커들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것은 현지에서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필자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캄보디아 공직자를 만날 때마다 캄보디아의 투자 정보가 부족하니 부처별 업무 분장과 투자 절차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 달라는 말을 꼭 한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공직자는 한국 사람들의 비즈니스 방식이 자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본인이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사람인데 정작 자신을 찾아오는 한국 기업인들은 없다는 것이다. 에이전트의 이야기만 믿는 경향이 있는데,반드시 실무 담당 공무원과 직접 협의하라는 충고까지 해준다.

기업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현지 공무원을 통해 푼돈과 오랜 시간을 허비할 바에야 유력한 에이전트를 통해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변하고 있다. 변화,혁신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굳건하다. 작년 말부터 공무원 부패에 대한 최고 집권층의 시각과 여론이 변하고 있으며,올 초에는 이를 반영한 듯 반(反)부패법이 통과됐다. 또 국제분쟁을 해결할 위원회 조직도 구상 중이다. 이제는 캄보디아에 투자할 때 에이전트에만 의존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