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株)들이 정부의 규제완화 소식에 오랜만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장 초반 급등세에서 막판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여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6일 주식시자에서 대우증권스팩은 전날 대비 100원(2.63%) 오른 390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뒤를 이어 신영스팩1호(2.90%)와 미래에셋스팩1호(0.46%), 히든챔피언스팩1호(1.25%) 등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들 스팩주들은 장중 한때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장 막판 오름폭을 거의 반납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상승세는 향후 스팩이 상장과 동시에 합병(M&A)이 가능케 된 점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2010 세제개편안'에서 설립 1년이 지나지 않아도 스팩이 합병시 과세이연을 허용하는 과세 특례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팩은 내년부터는 상장과 동시에 장외 우량 업체를 합병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종가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상승폭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스팩1호가 약 44% 상승했고, 대우증권스팩이 약 11%, 신영스팩1호가 6%대의 상승을 기록했다. 대부분 스팩들이 공모가 주위를 맴돌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 증권사의 스팩 관계자는 "미래에셋스팩1호의 차별성은 코스닥 시장에 최초 상장된 스팩이란 점"이라며 "소위 인수합병(M&A)대상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보다는 많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이슈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스팩의 경우에는 우량기업과의 M&A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증권스팩의 경우 현재 시가총액이 1000억원을 상회한다"며 "시총이 크다는 얘기는 규모가 큰 우량기업과의 M&A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스팩에 쏠린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관련주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향후 스팩이 M&A에 실패했을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스팩은 단순한 기업인수 목적의 페이퍼컴퍼니일 뿐이라며 다른 기업과의 합병과 관련된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재료가 없다"며 "스팩의 주가가 올라 투자자들이 몰리게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요인이 커진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팩 공모자금은 90%~95% 이상을 예금기관에 예치 혹은 신탁해 스팩이 합병에 실패할 경우에도 공모가격 수준에서 주식보유비율에 맞게 투자 원금수준을 돌려주게 설계돼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날의 스팩 주가가 장중 오름폭을 반납하고 소폭 상승으로 마감한 것은 원금 손실 우려에 따른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스팩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대감만을 갖고 투자해서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