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와대의 '친서민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달부터 내놓기로 했던 대책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킬 만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부처는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구조적인 물가 안정 종합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해 일단 연기했다"며 "추석 물가 안정 대책만 별도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서민들이 물가로 고통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자 매년 추석을 앞두고 연례적으로 발표해 왔던 물가 안정 대책과 달리 이번에는 구조적으로 물가 불안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달 17일 민생안정차관회의에서 "일회성이 아니라 물가 불안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구조적인 물가 안정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인 물가 안정 방안으로는 △시장 경쟁을 촉진해 가격을 낮추는 방안(공정거래위원회 준비)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 준비) △가격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재정부 준비) 등 크게 세 가지를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가격정보 공개 확대 방안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지만 경쟁 촉진과 유통 구조 개선에 대해 공정위와 지경부가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추석 물가대책을 먼저 발표한 뒤 시간을 좀 더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당초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이번 주 열어 공정위가 마련한 '대기업 · 중소기업 상생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가 준비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뒤늦게 취소했다. 상생 방안을 미리 보고받은 청와대가 "좀 더 실질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밖에도 청년실업 종합대책과 저출산 · 고령화 2단계 기본계획 등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두 대책 모두 관련 부처 간에 기본 인식부터 다른 데다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도 의견이 달라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