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同苦同樂).사전적 의미는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한다는 뜻이다. 동고동락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키는 것이 언뜻 보면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셋방살이부터 불평 없이 내조했던 조강지처를 성공한 후에 홀대하거나 남의 도움으로 공부해 명예와 부를 얻고도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함께 노력한 끝에 뜻을 이루고 나서 성과를 제대로 나누지 못해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여건이 어려울 때는 온갖 정성으로 주위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금세 마음이 바뀌어 헤어지거나 버린다는 것이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그렇다면 왜 동고(同苦)는 쉬워도 동락(同樂)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첫째,인간의 끝없는 탐욕 때문이다. 하나를 얻으면 둘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남의 몫에 손을 대게 한다. 둘째,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해 서로가 생각하는 본전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객관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자기 업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창업 초기나 사업을 일으키는 동고(同苦)의 시기에는 목표와 지향점이 일치하기 때문에 화합이 잘된다. 문제는 안정기에 접어들고 나서다. 이해 관계자 사이에 약간의 어긋남만 생겨도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그래서 창업보다 수성이 힘들다고 한다.
어렵게 만든 돈독한 관계를 동락(同樂)의 단계까지 지속하지 못하고 원수처럼 갈라선 재벌이 많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반면 공동으로 창업해 사세를 확장하고 후대에 이르러서는 불협화음 없이 그룹을 분리한 후 얼마간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발전을 도모하는 동고동락의 모범 사례도 있다.
인간이기에 갖게 된 탐욕과 자기 중심의 본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있고 욕구를 제어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 동고동락의 조건은 결코 간단하지 않지만 거창한 것도 아니다. 배려라는 덕목을 기본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한다면 그 조건은 성립되는 것이다.
유흥수 < LIG투자증권 사장 hsyu7114@ligstoc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