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액이 사상 최초로 연간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해외건설 수주 신고액은 505억달러로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 실적(491억달러)을 이미 뛰어넘었고 연말 목표치인 600억달러를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라고 한다. 국내 건설사들이 1965년 해외 건설시장에 첫 진출한 이후 누계 수주액도 이날 기준 3998억달러로 나타나 조만간 4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중동 진출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경제발전의 견인차(牽引車) 역할을 했던 해외건설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주액이 2008년 이후 3년 연속 400억달러를 넘는 등 해외건설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상향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제유가를 바탕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플랜트, 인프라 건설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아시아 및 중남미 지역 수주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올해 수주의 70%가량이 중동지역에 편중돼 있고 그나마 이의 절반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86억달러에 수주한 원전공사가 차지하고 있다. 중동 의존이 심한데다 몇몇 금액이 큰 수주를 제외하면 건수에서는 그리 크게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리비아의 외교관 추방사건, 이란 제재 문제 등으로 향후 우리 기업의 중동 수주 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업계나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 사상 최고라는 수치에 안주할 게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시장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업계의 전문성을 강화, 원전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더욱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해외건설 붐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