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이래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시장의 하나가 스마트폰 시장이라 하겠다. 삼성,LG로 대표되는 한국의 휴대폰 산업이 애플의 아이폰 출현으로 크게 타격을 받는가 했더니 곧이어 삼성에서 내놓은 '갤럭시S'의 등장으로 업그레이드된 휴대폰 제품인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한국제품의 국제적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왜 스마트폰 분야에서 한국이 재빨리 국제적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물론 지금까지 휴대폰 분야에서 쌓은 기술 축적이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애플 아이폰의 국내 시판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국내 시판이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에 가져온 효과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무엇보다 삼성 갤럭시S의 국내 생산을 재촉함으로써 애플 아이폰과의 경쟁체제를 앞당기게 했다는 점이다. 아이폰의 국내 출시로 국내 휴대폰 시장이 급속히 잠식돼 감에 따라 긴급히 그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그때까지 축적된 국내의 기술개발 역량을 총 집중시켜 탄생한 것이 갤럭시S라고 할 수 있다.
둘째,왕성한 수요를 몰고 오는 아이폰의 국내 출현은 통신업계로 하여금 서둘러 통신망 확충에 힘을 기울이게 했다는 점이다. 그간 통신업체들은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만 비용을 투입했지,통신망 정비에는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의 국내 시판과 더불어 통신수요가 급증하자 각 통신업체들은 앞다퉈 여러 형태의 통신망 정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아이폰의 국내 시판이 창출해 낸 또 하나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확대에 있어 국내 통신망의 정비야말로 그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아이폰의 국내 시판이 가져온 또다른 기대효과로서 잠재적 콘텐츠개발 업체들을 양산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경쟁력의 핵심은 어느 업체가 더 많은,그리고 더 유용한 콘텐츠를 보유하는가에 달려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형성은 콘텐츠 개발업체에 있어서는 그들의 활동무대이자,콘텐츠 개발을 위한 강한 인센티브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수년 내에 한국에 무수한 콘텐츠 업체가 배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애플의 국내 등장이라는,말하자면 한국의 정보통신업계에 강력한 경쟁성의 출현은 그때까지 한국의 해당 산업에 축적된 잠재적 능력을 현재적 능력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돼 일련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또 갤럭시 제품의 유통채널로 KT를 추가시켰는데,이는 그만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을 치열하게 함으로써 국내 수요를 확대시키게 할 것이다. 나아가 해당 산업의 내수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종래까지 휴대폰 업계는 사실상 통신업계의 하청적 성격을 띠고 있어 독자적 활동이 제약돼 왔다. 또 그 일환으로 유통구조도 통신업체의 강력한 주도 아래 있어 해외제품의 일본 침투가 극히 어려운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 결과 일본의 휴대폰 시장은 일본 제품으로 장악됐으나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어 국제시장에서 일본의 휴대폰 경쟁력이 한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스마트폰 산업의 전개과정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잠재적 경쟁력이 높아도 경쟁환경이 구체적으로 조성되지 않는 한,해당 산업의 발전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철저한 경쟁환경의 조성이야말로 앞으로 한국 스마트폰 산업이 발전해 가기 위한 요체인 것이다.

이종윤 < 한국외대 명예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