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잭슨 홀.해발 2100m의 고지대 휴양지에서 오는 26~28일 열리는 콘퍼런스에 세계 경제계와 금융계의 눈과 귀가 쏠린다.

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1982년부터 주최해 온 '잭슨 홀 콘퍼런스'는 주요국의 중앙은행 관계자와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경제 현황을 진단 · 토론하고,이와 관련한 정책방향과 전망을 제시하는 자리다. 올해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포함한 35개국 이상의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올해 주제는 '향후 10년 거시경제의 도전'이지만 미국 경제의 '더블 딥'여부와 대응책,각국의 출구전략 점검과 평가가 주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버냉키 의장은 '경제 전망과 FRB의 정책대응'이란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FRB가 지난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국채 재매입으로 방향을 전환해 양적완화 회귀를 언급한 만큼 새로운 경기 진단을 내놓거나 추가 조치를 시사할지 주목된다.

지난해 콘퍼런스에서는 버냉키 의장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한목소리로 세계 경기 회복을 선언해 주가를 밀어올렸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조만간 경제가 정상화될 전망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직전 FOMC에서 "경제가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평가였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67%나 뛰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버냉키 의장이 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FOMC가 국채 재매입을 선언하면서 이미 경기 둔화를 확인한 데다 추가 발언을 할 경우 시장의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2008년 8월 '변화하는 금융시스템의 안정 유지'를 주제로 콘퍼런스가 열린 지 몇 주 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다. FRB와 ECB는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각각 연 0~0.25%와 1%로 낮췄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