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와 수레를 이용해 물자의 교류가 활발한 곳에도 돈이 모인다. '택리지'는 섬진강가에 있는 구례의 구만촌이 들판이 넓고 배를 통해 생선과 소금의 이득을 크게 얻어 가장 살 만한 곳이라고 했다. 마을 이름 중 '배치재''배틀재''파도리'에서 보듯,그곳에는 마을 앞까지 돛단배가 드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재물은 물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물을 재물로 보는 것은 풍수의 오랜 관행이다.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교외에서 재물이 모이거나 흩어지는 것은 물의 상태와 형세가 좌우한다. 맑은 물이 먼 곳에서 흘러와 부지를 감싸안고 곧 꼬리를 감추면 길하다. 흘러가는 물은 뒤를 돌아보듯 머뭇거리며 천천히 흘러야 부지에 기가 쌓인다. 또 부지를 둥글게 감아 흐르는 물길이면 재운이 높고,여러 계곡에서 흘러든 물이 한곳에 모였다가 천천히 한 방향으로 흐르면 곳간에 재물이 가득 찬다.
그렇다면 도시에서는 무엇을 보고 재물이 많고 적은 터를 구별할 수 있을까. 도심에서는 도로를 물길로 본다. 넓은 도로는 차량의 소통이 많으니 재물이 많고 좁은 도로는 냇물과 같아 재물이 작게 이동한다.
그런데 도심 내의 도로 중 재운이 없어 반드시 피해야 할 곳이 있다. 세 갈래 길이 만나는 삼각형의 터가 그렇다. 두 길이 비스듬히 만나고 그 끝에서 도로에 접한 삼각형의 대지는 가위의 두 날 위에 세워진 형세라 할 수 있다. '전도구(剪刀口)'라 불리는 이유다. 어떤 사람은 도로가 좌우측을 에워싸 사람의 통행이 잦은 전도구의 터가 장사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풍수에선 울퉁불퉁한 곳이 없는 네모진 택지를 이상형으로 친다. 삼각형 터에 건물을 지으면 화재를 당하거나 회사 안팎으로 분란이 일어나고 재물이 불어나지 않는다.
도로를 물길로 보니 부지 좌우측에서 흘러온 물이 앞쪽으로 곧장 흘러가는 형세는 견우수나 화성수가 된다. 견우수는 견동토우(牽動土牛)의 준말로 흙으로 만든 소를 끌어당기는 꼴이다. 흙 소는 당연히 딸려오지 않고 흙만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 말은 남보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지만 성과는 보잘것 없어 가난하다는 뜻이다.
화성수(火星水)는 크게 상서롭지 못해 창고에 재물이 텅 비어 가난을 면치 못한다. 이것은 청룡과 백호가 부지를 보호하거나 감싸지 않고 무정히 뻗어갔기 때문이다. 나아가 삼각형 터는 건축 면에서도 다루거나 설계하기 힘들다. 방을 배치하기도 나쁘고 건물 구조도 복잡할 수밖에 없어 무척이나 답답하고 불편하다. 그 결과 대지에 비해 건물을 작게 지을 수밖에 없으면서 건축비는 비싸게 든다.
삼각형 터에 있는 건물은 두 갈래의 길이 합쳐지는 지점에 나무숲을 조성해 곧장 뻗은 도로를 차폐하거나 돌담을 세워 바람을 막든지 반사경을 중앙에 세워야 도로살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