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시장이 10~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 주택시장을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에서 나타나는 임대주택 활성화 및 소형주택 선호현상,도심 집값 상승과 중고주택 리모델링시장 확대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반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손은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9일 발간된 은행연합회의 'The Banker' 8월호에 기고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 본 국내 주택시장의 중 · 장기 변화양상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청장년층 자가보유율 감소

일본 국민은 우리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주택 소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엔 주택 소유보다 임대를 선호하고 있다.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소유 주택의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5~45세 청장년층의 자가보유율 추이를 보면 주택 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25~34세의 경우 1983년에는 자가보유율이 38%였으나 2003년에는 2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35~44세는 63%에서 56%로,45~54세는 78%에서 73%로 각각 하락했다.

일본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오피스 단지를 조성했다. 용적률 인센티브와 금융지원을 통해 초고층 복합화 건물도 개발했다. 도쿄시내 오피스 시장이 성장하자 대형 오피스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사업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도심권 주요 역세권 지역의 임대 맨션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역세권 이외의 맨션 임대수익 역시 평균 5~7%대의 수익을 냈다. 일본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라고 손 연구원은 설명했다.


◆1~2인 가구 급증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소형주택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소형주택이 늘어났다.

일본은 2006년부터 인구가 감소추세다. 가구 구성원 수도 1980년 3.22명에서 2010년 2.47명으로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해 올해 총 가구의 29.7%를 차지했다. 증가율은 전체 가구 증가율보다 3배 정도 높다.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서 100㎡ 이상인 중대형 주택의 분양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1986~1990년 분양된 주택 중 중대형 주택의 분양물량은 전체의 64%를 차지했으나 2001~2005년에는 58.2%로 낮아졌다. 반면 중소형 주택(70~99㎡)의 분양물량은 24.7%에서 32.7%로 증가했다.

◆수도권 인구 갈수록 증가

일본의 총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 수도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수요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부터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서다. 최근 젊은층은 직장이 주거 지역과 가까운 것을 선호한다.

또 버블붕괴 이전에 주택을 구입한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 · 총 인구의 8.5%)들이 은퇴 후에도 풍부한 노후자금을 바탕으로 도심권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과 달리 도심 지역의 지가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수도권 내 인구 집중으로 역세권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새로 지은 주택의 분양가가 높아지자 기존 주택을 고쳐서 활용하는 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고 있다. 주택 리모델링시장은 2004년 6조3000억엔 규모였다가 2005년 6조5000억엔으로 3.5% 증가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2010년에 7조4000억엔,2020년에 9조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 연구원은 국내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이 10~20년 시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한 궤적을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주택시장도 일본과 비슷한 트렌드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국내 주택가격의 점진적 하락과 함께 인구 감소,고령화,소형가구 증가,가구원 수 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변화가 주택시장 트렌드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수도권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지역별 차별화가 심해지고 소득계층에 따른 주택 선호도 차이로 고급형 소형주택,임대전용 주택 등 주택시장 다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손 연구원은 분석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