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처 직원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잦은 야근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중병에 걸리는 직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의 한 간부는 최근 말기 간암을 선고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작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얼마전 검진에서 이 같은 판정을 받았다. 이 간부는 작년부터 고된 야근을 마다않고 국유 재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큰 성과를 거뒀다. 재정부 관계자는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비고시 출신이지만 간부까지 오른 분"이라며 "모든 직원들이 간절히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에서도 핵심 보직을 맡았던 한 간부가 최근 과로로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다. 국세청의 세원 정보를 총괄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간부는 최근 인사에서 승진했는데 당시 국세청장이던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병실을 찾아 임명장을 수여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월 중순에는 췌장암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해오던 모 간부가 결국 타계해 국세청 직원들을 큰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이 간부는 신망이 두터워 행시 동기들로부터 '맏형'으로 불렸다. 병문안을 온 직원들에게 '건강을 회복해 꼭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금융위기 이후 부쩍 업무량이 많아진 금융감독원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감독서비스총괄국 직원이 지난달 일본 출장 도중 쓰러지는 등 최근 3명이 심근경색 증상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총 13명의 금감원 직원이 사망했는데 스트레스 등과 관계있는 암이나 뇌출혈 환자 등이 대부분이었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가 친서민 기조를 강화하면서 각 부처에서 정책을 생산해내는 핵심 부서들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책을 만들어내느라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며 "건강 때문에 야근은 가급적 줄이라고 하고 있지만 폭주하는 업무량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