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방한이 이어지는 등 한국이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조달처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피해가 적어 투자여력이 많은데다 국내기관들이 해외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는 점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슬람금융권의 월드뱅크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이슬람개발은행(IDB)이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통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한다. IDB는 9월 중순 10억달러 규모의 만기 5년짜리 이슬람채권 발행을 앞두고 조만간 한국을 방문,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달 중국과 홍콩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만난 IDB는 산업은행을 판매대행사로 선정하고 한국에서도 1억달러가량의 수쿠크를 판매할 계획이다.

IDB는 향후 3~5년 동안 35억달러의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예정이어서 한국 내 자금조달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IDB는 1975년 중동 22개국이 역내 경제개발을 위해 설립했으며 작년 말 현재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 태평양지역 56개국이 공동 출자한 은행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채권은 이자라 수쿠크로,IDB가 소유한 자산을 수쿠크 발행법인(SPV)에 소유권을 양도한 뒤 투자자들에게 기초자산의 임대료 리스료 등을 배당 형태로 지급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미 달러화로 발행되지만 원화채 발행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금융업체가 한국에서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처를 다양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의 피터 랭거만 뮤추얼시리즈 회장도 내주 초 한국을 방문,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위탁받은 자산의 운용현황을 설명하고 추가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그룹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세계적인 헤지펀드업체들도 상반기 자금유치를 위해 한국을 찾았으며,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도 지난 6월 한국에서 첫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한국이 자금조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이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반면 한국은 금융위기의 피해가 적은데다 빠른 경기회복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문 1순위로 꼽는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금 자산이 300조원을 돌파해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올라섰고 2040년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현재 30조원 미만인 해외투자 금액을 5년 내에 100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해외 투자 비중을 운용자산의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투자공사(KIC)도 세계적인 주요 국부펀드에 비해서는 아직 작은 규모지만 자산 규모가 이미 30조원을 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국을 거들떠 보지 않던 대형 기관들까지 자금유치를 위한 면담요청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