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대입 수능제도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를 모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로 대입제도 개선안을 연구해 온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는 2014년부터 수능을 한 해에 두 번 치르고 응시과목 수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대입 선진화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현재 수리 영역에만 적용되고 있는 수준별 시험을 국어 영어에도 도입해 문 · 이과생이 각자 다른 수준의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마디로 수능을 철저히 교과목 중심으로 바꾸고 난이도를 낮추면서 시험과목도 축소해 학생들의 공부 및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으로 근본적인 취지와 방향은 옳다고 본다.

과거 국어 영어 수학으로 불리던 주요 입시과목이 학생들의 종합적 이해력을 테스트한다는 명목 아래 언어영역 외국어영역 수리영역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출제범위 역시 교과서를 뛰어넘는 경우가 없지 않았고 이것이 사교육 수요를 부추겼던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개선안이 이들 과목 이름을 다시 국어 영어 수학으로 되돌리고 출제 범위도 교과서 내로 축소한 것은 잘한 일이다. 사회 및 과학탐구 영역의 과목 수를 줄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개선안이 학력저하를 가속시키지는 않을지 걱정인 것 또한 사실이다. 국 · 영 · 수 모두 문 · 이과용으로 나누어 다른 수준의 시험을 치른다는 것인데, 신입생 학력저하로 고민하는 대학들에는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개편안이 사교육 수요를 줄일지도 아직 장담하기엔 이르다. 출제 범위가 좁아지면 속성 과외가 더 기승을 부릴 수도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정부는 개편안의 장 · 단점을 두루 감안,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과 조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끝으로 입시 제도는 아무리 고쳐도 정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번 개선안이 과거 학력고사 체제에 다시 접근한 것만 봐도 그렇다. 3600가지가 넘는다는 복잡한 대입전형으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바뀌지 않는 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