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더 빌리도록 권유하는 정책이 쏟아져 후유증이 우려된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차원에서 미소금융,햇살론,희망홀씨대출 등 각종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빚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취급기관 개관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652조4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월 4.6~5.3%씩 빚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개인들이 외상매입 등의 형태로 지고 있는 부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빚 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소득이 늘고 자산가격이 오르면 빚 부담은 큰 문제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가계 빚 규모가 줄어들 조짐이 없는데다 한은이 금리인상 쪽으로 정책 기조를 잡아가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어제 서울파이낸셜포럼 주최 강연에서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잠재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같은 실물 경제상황에 비춰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매우 완화적인 상태"라고 말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 상승의 부담은 특히 자산 소득이 거의 없는 저소득 계층에 가중될 수밖에 없다. 비단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늘어나는 빚은 가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가 취약계층 배려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서민대출의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빚은 하루빨리 갚아야 할 짐이라기보다는 일단 빌려놓는 게 유리하다는 잘못된 분위기까지 나타나는 부작용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리가 상승기조로 접어든 상태에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활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결국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자체도 공기업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사업구조조정에 한창이다. 가계도 예외일 수 없다. 소득대비 빚 부담이 무거운 계층일수록 이자가 높은 빚을 하루빨리 갚고 기존 채무도 더 늦기 전에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는 등 빚 다이어트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