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6일 내놓은 '재정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은 거대도시 서울의 예산정책 기조가 확대(적자)에서 긴축(균형)으로 급선회함을 의미한다. 도시정책도 개발 중심에서 관리 위주로 바뀐다.

◆보금자리 보상 내년 이후로

이번 대책은 지난해 말 기준 19조5317억원에 이르는 서울시 및 산하기관 부채를 2014년까지 12조7039억원으로 35% 줄이는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 향후 4~5년간 SH공사가 지난해 말 부채 13조5671억원의 절반을 넘는 6조8586억원을,서울시가 3조2454억원 중 1조4190억원을 각각 줄이는 게 목표다. 목표가 달성되면 서울시민 1인당 채무부담액(서울시 부채기준)은 작년 말 30만3000원에서 2014년 18만2450원으로 줄어든다.

서울시와 산하기관 총 부채의 69%를 차지하는 SH공사의 사업도 구조조정이 이뤄져 주택공급 등의 일정이 조정된다. 우선 보금자리주택 사업 계획이 대폭 수정된다. 세곡 · 내곡 · 항동지구는 보상시기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이후로 미뤄진다. 신규사업 시행도 늦춰질 전망이다.

SH공사는 1만채 안팎을 공급할 위례신도시에 선분양 방식을 도입,1조1000억원의 자금을 조기에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시프트(장기전세주택) 대신 분양주택을 늘리고 신길13 · 14구역 등의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은 중단하거나 보류할 계획이다.

대형 평형인 114㎡형 시프트의 절반도 분양 전환한다. 강일2지구(460채) 천왕지구(431채) 천왕2지구(181채) 신정3지구(384채) 세곡지구(254채) 마천지구(167채) 우면2지구(398채) 등에서 공급될 2200여채 중 1134채가 대상이다.

소형 선호 추세에 맞춰 전용 85㎡가 넘는 중 · 대형 분양 아파트는 짓지 않을 방침이다. 은평뉴타운 내 미분양 614채는 입주자가 계약금 · 중도금을 먼저 내고 잔금 60%를 3~5년간 분납하는 방식으로 해소한다. 2012년까지 송파구 가든파이브 미분양을 모두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도 동원한다.

◆대형사업 연기 · 지하철 부채 축소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 대형사업도 대폭 축소되거나 완공이 늦춰진다. 강변북로 ·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와 월드컵 대교 건설,신림~봉천 간 터널 공사 등도 2~3년 늦춰진다. 한강지천 뱃길 사업도 중랑천은 사업구간을 줄이고,안양천은 아예 보류키로 했다. 서울 가양동 일대에 조성 중인 마곡지구 내 워터프런트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정보기술(IT) · 첨단 산업단지를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5~6개 대형사업은 서울시 추진사업의 50~60%를 차지하고 있어 사업축소에 따른 부채감축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철 부채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부채는 요금 인상과 예산절감 대책에도 지난해 말 2조7192억원에서 2014년 4조7956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하철 1~4호선 재투자비 3조4105억원,지하철 9호선 연장구간 건설비 6357억원 등 4조462억원이 2014년까지 투입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을 100~2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9호선 연장선 건설비도 서울시 일반재원으로 전액 충당할 계획이다. 역세권 차량기지 개발,국내외 철도사업 진출 등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고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무임운송비용을 줄여나가는 등 구조적인 적자요인도 해소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사업축소 · 조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의회 재정경제위원회 김정재 의원(한나라당)은 "그동안 서울시가 재정확대 정책을 편 것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 국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측면이 적지 않다"며 "정부가 출구전략 시행을 본격화하기 전에 서울시가 각종 사업을 먼저 축소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황식/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