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부재…"당분간 G2 지표가 방향타"
코스피지수 1800선에 근접했던 증시가 연이어 조정을 받으며 박스권으로 후퇴했다. 지난달 초부터 한 달가량 지속됐던 '서머랠리'가 끝나면서 지수는 1700대 초반에서 다시 에너지 비축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고용 소비 등 실물지표와 중국의 경기 전망 등 이른바 'G2'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고용지표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움직임은 한국 증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 추이가 주목된다. 글로벌 경기지표가 개선 중이긴 하지만 속도가 더뎌 단기적으로 내수주와 경기방어주 위주로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의견이 많다.

◆G2 변수에 30포인트 '출렁'

16일 코스피지수는 2.93포인트(0.17%) 떨어진 1743.31에 마감했다. 뉴욕증시가 최근 4일 연속 하락한 영향으로 외국인이 약 3597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수는 오전장에 1716까지 밀렸지만 오후 들어 프로그램 매도 공세가 주춤한 사이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선 덕분에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는 뒷심을 보였다. 장중 중국 증시가 이틀째 반등에 나섰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글로벌 경기가 이슈로 부각한 만큼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실물지표가 국내 증시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선행 지표인 중국 경기선행지수와 동행 지표의 대표격인 미국 고용지표가 주목 대상이다.

중국 경기선행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등락률은 지난해 10월 8.4%를 정점으로 올해 6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이르면 이번 주말께 발표되는 7월 등락률도 6월 수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선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접어드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증권가는 중국 경기선행지수 등락률이 이르면 8월이나 9월에 우상향 그래프로 복귀한다면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등의 폭과 속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경기선행지수 구성 요인 중 통화지표는 회복 추세가 분명하지만 화물 운송량 등 실물지표는 아직 부진하다"며 "전년 동월 대비로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기울기는 완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미국의 실물 요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발표된 7월 비농업 고용은 13만1000명 감소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민간에선 7만1000명 증가했지만 공공부문에서 20만명 이상 감소한 탓이다.

7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시장 예상치(0.52%)보다 낮은 0.40%에 그쳤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중국 등 신흥시장의 회복세가 미국 등 선진시장의 부진한 지표를 메우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는 양 지표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1700선은 지킬 것

시장이 박스권으로 후퇴했지만 지수 하단은 탄탄하다는 평가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크로 지표는 불투명하지만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상승 중이고 펀드 환매 물량이 상당부분 소화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투자심리도 이미 바닥을 지나 지수 저점은 1700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진단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1720~1780의 박스권에서 등락이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소재와 산업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변동성이 큰 국면에선 낙폭 과대주의 매력이 크다"며 "단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중 가격 조정이 과다한 종목 위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