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케이블채널 자회사인 KBSN의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KBS드라마''조이''프라임''스포츠' 등 4개 채널을 보유한 이 업체의 올 상반기 매출은 6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408억원)보다 47%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매출이 1400억원을 웃돌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광고가 늘었고,수신료 수입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황으로 방송사들의 광고수입이 격감했던 지난해에도 KBSN의 광고매출은 15% 증가했다. 작년에는 보유 채널의 커버리지 확대에 힘입어 수신료 수입이 2008년보다 51%나 늘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22.5% 증가한 1007억원을 기록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보유한 10개 자회사 케이블 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방송광고를 거의 독식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지상파 3사의 광고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09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지상파 3사와 계열 PP가 지난해 거둔 방송광고 수입은 총 2조850억원으로 전체 방송광고 시장 2조8136억원의 74.1%를 차지했다. 지상파 3사의 광고수입은 1조8185억원,계열 PP는 2665억원이었다. 계열 PP의 광고 시장 점유율은 2008년 9%에서 지난해 9.5%로 상승했다. 이는 2005년 4.4%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지상파 3사 계열 PP는 극심한 불황으로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된 작년에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방송광고 시장은 2008년 3조1425억원보다 10.5% 감소했다. 이에 비해 150개 이상인 비 지상파 PP의 광고수입은 4920억원으로 2008년 대비 17.4%나 줄었다.

지상파 3사 계열 PP는 광고를 포함한 전체 매출에서 전년 대비 6.9% 증가한 45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PP 매출의 32.6%를 차지하는 것으로 2008년(31.5%)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지상파 3사 계열 PP와 비 지상파 PP 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계열 PP의 실적이 높은 것은 모기업인 지상파 채널의 콘텐츠 파워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상파가 방송한 드라마 오락 교양 프로그램들을 싼값에 들여와 시청률을 높이고,방송광고도 끌어오기 때문이다. 작년 KBSN의 광고수입은 710억원이었지만 제작비는 10% 선인 69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20부작 미니시리즈 2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해 MBC플러스미디어,슈퍼스테이션,ESS스포츠 등 3개 MBC 계열 PP의 제작비는 194억원,SBS골프,스포츠 등 SBS 계열 6개 PP의 제작비는 260억원이었다. 3사 계열 PP의 자체 제작비는 총 523억원으로 전체 매출 4517억원의 11.5%에 그쳤다. 이들보다 나중에 비싼 값으로 지상파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일반 PP들은 시청률과 광고 수주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한 방송업체 관계자는 "지상파 계열 PP의 급성장세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 대행사) 허용 개수와 영업 범위에 관해 많은 점을 시사한다"며 "정치권은 지상파와 케이블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입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답은 대체로 한 가지로 모아진다.

미디어렙을 공영(한국방송광고공사)과 민영 1개씩으로 최소화하고 크로스 영업(이종매체 간 광고영업)은 금지해야 한다는 게 방송업계의 시각이다. 지상파 3사가 케이블채널 광고영업까지 할 수 있다면 일반 케이블채널의 광고 시장까지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케이블채널 관계자는 "지상파 3사가 자체 광고에다 계열 케이블 PP 광고까지 '끼워팔기' 방식으로 영업하면 광고 시장을 싹쓸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