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거취였다.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내정돼 수평 이동으로 볼 수 있지만 '차관급'인 국무차장에서 부처의 정식 차관이 됐기 때문에 '승진'으로 받아들여진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도 박 차관 내정자를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배후로 지목하면서 경질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내정자가 아웃되지 않고 핵심부처 차관으로 이동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터운 때문으로 풀이된다. 논란에서 비켜가면서 실물 경제부처의 차관으로 영전,현 정권에서 그의 위상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이 대통령이 박 차장을 지경부 2차관으로 낙점한 것은 그가 아프리카 자원외교에서 보여준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내정자는 이날 인사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에너지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집권 후반기를 맞아 에너지 자원분야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실제 박 내정자는 국무차장으로 일하면서 '왕차관'이란 말과 함께 'Mr.아프리카'로 불릴 정도로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공을 들였다. 작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동안 자원외교와 투자유치를 위해 6차례의 해외출장(총 63일)을 다녀왔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에만 세 차례(30일) 다녀왔다. 가나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은 두 번씩 방문,조제프 카빌라 DR콩고 대통령과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부통령의 방한을 성사시키면서 '자원-인프라 패키지딜'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테오도로 오비앙 적도기니 대통령도 박 내정자가 올해 5월 적도기니를 방문했을 때 초청한 케이스다.

향후 포부와 관련,박 내정자는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뛰어든 지 1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 부족하지만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지경부 2차관으로 자원외교 업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간기업(대우)에서 9년간 일하면서 해외투자 프로젝트 관련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 지경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내정자는 민간인 사찰 배후 논란과 관련해서는 "세상에 진실이 두 개일 수 없다. 많은 오해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제가 좀 부족한 게 많아서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좀 더 노력하겠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박 내정자는 1960년 경북 칠곡 출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으로 11년간 일한 뒤 2005년 서울시 정무보좌역을 맡으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 때는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고 경선캠프 '안국포럼'의 창립 멤버였다.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맡으며 '왕비서관'으로 불리다가 2008년 6월 '권력 사유화' 논쟁이 불거지며 청와대를 떠나 7개월간의 야인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작년 1월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복귀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