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0일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의 추가 경기부양 조치를 내놨지만 평가는 곱지 않다. FRB의 통화정책 선택폭이 갈수록 좁아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두 번째 임기 중 6개월이 지나면서 경기에 선제 대응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와 비교하면 FRB의 정책 선택폭이 제한돼 있으며 행동에 나서더라도 결과는 더욱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NYT는 FRB가 국채 재매입을 발표한 다음 날인 11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가 26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은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FRB가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 주목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윌리엄 풀은 이번 FRB의 조치에 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프레데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도 "출구전략을 고민하던 FRB가 경기 둔화를 명시하면서 추가 부양 조치를 내놔 시장의 불안감만 조장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존 린치 웰스파고 펀드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는 "FRB가 주택 압류,금융규제 등과 관련해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시장에 낳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 5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일자리 부족과 소비 위축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혔다고 이날 전했다. 실업률은 내년 6월까지 9%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미 상무부는 13일 지난달 소매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전 두달 동안 연속 감소세를 나타낸 것에 비하면 개선된 것이지만 시장 예상치인 0.5%에는 미치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인들이 아직 소비와 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소비가 경기회복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