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세(green tax)'에 대해 영국 재계가 '탁상행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홍보를 제대로 안 해 기업인의 절반 이상이 제도의 시행조차 모르고 있어 업체당 평균 3만8000파운드(약 7100만원)의 벌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1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연평균 시간당 6000㎿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영국 내 모든 기업은 내달 말까지 탄소감축협정(CRC)에 등록해야 한다. CRC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새로운 그린세 정책으로 전력 소비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며 사업장별로 온실가스 감축 약정을 의무화한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고 정부로부터 이를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회사들이 CRC에 등록해야 하는데,업계의 절반가량이 등록 날짜도 모를 만큼 정책 홍보가 제대로 안 된 실정이다. 해당 기업 수만여 곳 가운데 현재까지 CRC에 등록한 기업은 1129곳에 불과하다. 미등록 기업에 부과되는 징벌적 의미의 벌금이 적지 않다. 내달 30일까지 등록하지 않은 회사는 즉시 5000파운드를 내야 하며 그 이후로는 매일 500파운드씩 '괘씸죄'용 벌금이 누적되는 시스템이다.

영국 재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컨설팅회사 WSP는 기업 7500여곳이 '영문도 모른 채' 벌금을 낼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제도가 중소기업까지 확대되면 벌금 폭탄을 맞게 될 업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급기야 재계 리더들은 "관료주의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비난 성명을 냈다. 기업인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자 그레그 바커 에너지기후부 장관은 "재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기업과 소비자,공공 부문 모두가 재정 긴축에 나서고 '더블딥'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징벌성 친환경 정책이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한편 고강도 긴축 재정안이 본격 실행되자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법무부로 연간 예산 90억파운드 가운데 20억파운드를 절감하기 위해 공무원 8만명 중 1만5000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공무원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