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친서민' 정책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친서민 정책 개발에 본격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 서민정책 강화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인기영합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포퓰리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산하 대기업하도급구조개선 소위를 맡은 김기현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대기업 ·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첫 회의를 갖고 대 · 중소기업 상생 아젠다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회의에 참석한 중소기업중앙회 강남훈 본부장은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마다 인상분이 반영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에 황인학 전경련 본부장은 "국내 기업 간 하도급 구조에서의 불공정 거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보다 1차와 2,3,4차 거래 기업 간에서 발생한다"며 대기업의 횡포가 주요 화두가 아님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금 결제에 대한 세제지원을 제안했다. 친서민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식 의원은 11일 "현장의 경제 패러다임을 고용촉진형 구조로 바꾸는 것이 친서민의 우선과제"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택시업계와 서민자녀 학자금,재래시장 등 분야별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반면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5년 전에 비해 물가가 42%까지 올랐고 임금은 거의 동결 내지는 인상이 미비한 상태"라며 "우선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휴대전화 가입비 폐지와 휴대전화 기본료 50% 인하, 노인 틀니 비용 70% 이상 건강보험에서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학 박사 출신(미국 캔자스주립대)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1인당 국민소득이 약 2만달러인 우리가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외과)는 "서민과 가까워지기 위한 여야의 노력을 꼭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은 아니지만 예산 뒷받침 없는 정책 남발은 자제돼야 한다"며 "국회 법사위에 발이 묶여 있는 유통산업발전법,대 · 중소기업 상생법 등의 민생법안 처리는 무시하고 정책 발굴만 하겠다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경제학과)는 "실체가 불분명하고 원칙도 확고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현 정부에서의 서민정책은 어떤 모습이고 기존 정책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기업 친화와 서민 친화 정책 간 충돌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풀어갈지 그 기준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