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미국 뉴욕증시의 상승에 따른 기대감으로 장초반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상승폭을 줄였다.

10일 오전 11시5분 현재 외국인은 장초반과는 달리 약한 순매수를 기록중이다. 코스닥, 선물 시장에서는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주요국의 정책금리 결정(미국 8월10일, 일본 8월10일, 한국 8월12일),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물가상승률, 신규대출, 부동산가격 상승률, 통화량 증가율 등), 국내의 옵션만기일(8월12일) 등을 앞두고 있어 경계심리가 확산된 모습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모두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금리인상을 점치고는 있지만, 대다수가 동결쪽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거의 제로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 외에 올해 3월말로 거의 중단된 유동성 공급을 재개할 지도 관심꺼리다.

하지만 '동결'이라고 같은 동결은 아니다. 한국은 유동성을 한 단계 조절하는 '동결'인 반면, 미국은 재침체를 막기 위한 '동결' 조치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상승하는 쪽이건, 하락하는 쪽이건 '금리동결'은 브레이크의 의미다. 한국과 미국의 현재의 경제상황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에는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韓-美, 정책방향성 다르게 전개될 것"

정용택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미국이 8월 정책금리 동결이라는 단기적인 결론은 같다"면서도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시각은 서로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이는 시장의 관심이 '경기'보다는 '물가'이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나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이 물가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물가상승 우려가 표면화됐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회복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이번은 아니더라도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뒤엎고 지난달과 같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해석은 갈릴 수 있다"며 "그럼에도 금리인상은 원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외국인의 매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인상이 된다면 낙관론자는 '경제가 그만큼 좋다', 혹은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옮겨올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비관론자의 경우 '글로벌 경기둔화의 불확실성을 경시한 판단이다' 혹은 '금리인상의 속도가 빨라져 향후 기업과 가계에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상반기 우려됐던 인플레이션의 모습은 사라지고, 디플레이션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의 둔화 등 경제지표 조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 민간고용이나 양호한 기업이익, 주식 등 다른 자산 가격의 상승 등에서는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우려를 낮추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시장이 금리동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아니다.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수준도 관심사다.

◆"美 증시, FOMC 기대감 이미 반영중"

[초점]韓-美 '동상이몽'속 금리동결 예상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FOMC 회의 결과에서 추가완화 정책을 시사하는 발언이 있다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추가 완화정책이 많지 않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도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공격적으로 축소시키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다시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한정되는데, 이미 금리는 제로 수준까지 내렸기 때문에 양적완화정책 재개에 신중을 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미국의 금융지표들은 FOMC를 앞두고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세가 나타내고 있고, 반대로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 지수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경향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철중 한국증권 연구원은 "악화된 매크로 지표에도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낙관'에 무게를 뒀지만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반대의 입장"이라며 "미국 연준의 경기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양적완화 정책이 채권시장에서는 저금리를 이끌고, 주식시장에서는 상승세로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는 앞으로 다가올 이벤트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이미 반영된 시장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인들의 매수세도 힘을 잃었고 펀드환매도 기관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외국인에 수급을 기대는 한 국내 증시의 '눈칫밥' 장세는 당분간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