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8 · 8 개각에 대해 정치권의 주요 인사들은 9일 "40대 총리가 내각을 통솔하려면 직책을 떠나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격식을 따지지 말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39년 만에 '40대'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발탁된 것과 관련,"대통령이 장관보다 젊은 총리를 기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젊은 사고,열린 마인드로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총리가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남 남해 · 하동에서 5선을 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김 내정자와 의원과 도지사로 만나 인연을 쌓아 왔다. 김 내정자가 정치적 역할 모델로 삼는다는 박 의장은 이날 "시대 요구에 맞는 총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큰 흐름은 지역이나 이념의 문제를 뛰어넘고자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한쪽을 폄하하고 한쪽의 아픔 위에서 승리하고 지역을 갈라서 반대급부를 노리고 이념 · 남북문제에 기대 정권을 잡는 것이었다. 이제는 여기에서 벗어나 통합 · 화합을 실현시켜 국민에게 설렘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가 사석에서 '큰형님'이라고 부르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는) 소통에 능하고 구김살이 없어 처음 만나는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재오 특임장관과는 역할에 맞는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YS(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사이다. '김태호 견습총리와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 설정'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가 비록 나이는 열일곱 살이나 어리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앞뒤 재지 않고 화통한 스타일이라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기 의견을 분명히 제시하는 강단이 있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가 사석에서 '마음이 통하는 정치인'이라고 언급한 정두언 의원은 '책임총리'에 걸맞은 역할에 대해 "법에 나와 있는 실질적인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 1년 선배이자 올해까지 경남 정무부지사로 지근거리에서 함께한 안상근 가야대 부총장은 "40대 총리의 이미지에 맞게 젊은 사람들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오랫동안 몸에 밴 서민적인 삶이 젊은층을 위한 정책 대안 마련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친서민 정책의 강화를 요청하는 지적도 있었다.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은 "현장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좋은 정책이니까 믿고 따라오라'는 일방통행이 돼선 안 된다"며 "예컨대 4대강은 도지사 시절 뚜렷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운영의 묘'를 충분히 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구동회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