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수의 아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서울 청진동의 한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는 것으로 총리 내정 후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김 내정자는 9일 오전 10시께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참 오랜만에 청진옥에 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해장국집은) 밤새 속 쓰리고 열 받은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며 "서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 가서 그들의 표정을 보면 대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언론에 공개돼서인지 일면식도 없는 손님들이 다 돌아가면서 인사하고 축하를 하더라"며 "주인 아저씨가 원래 커피를 안 주는데 (오늘은) 타 주시더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지방으로 내려간 지 13년 만에 '컴백'했다.

김 내정자의 해장국집 아침식사는 '친서민 총리'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로 정치권은 풀이하고 있다. "나는 농민의 아들,소장수의 아들(8일 기자회견)"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내정자는 서울에 집이 없어 현재 광화문 주변의 한 오피스텔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과 딸은 고향인 경남 거창에 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청사 별관에서 총리실 직원들로부터 총리실 업무 전반 및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상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는 청사 별관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청문회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열심히 공부하겠다. 오늘부터 국정 현안을 착실히 챙겨서 국민이 청문회를 통해 현안 내용에 대해 공감대를 갖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3층 사무실로 옮긴 김 내정자는 박영준 국무차장,조원동 사무차장,육동한 국정운영1실장,김유환 정무실장,김창영 공보실장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 내정자와 같은 시기에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박영준 차장은 해장국집 이야기를 듣고서 "자주 가시라.그래야 민심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회의테이블 상석에 자리가 마련된 것을 보자 "편안하게 앉자"며 다른 자리로 옮기려다가 간부들의 거듭된 권유에 이를 수용하는 겸손도 보였다.

김 내정자는 출근에 앞서 개인 사무실에서 조간신문의 주요 기사를 점검했다.

한편 총리실이 마련한 20평(66㎡) 넓이의 사무실은 지난해 정운찬 총리가 취임하기 전 청문회 준비 등을 위해 사용했던 곳이다. 김 내정자가 청문회 준비 기간에 이용할 차량에 대해서도 "큰 차로 하지 말라"고 지시함에 따라 총리실 측은 에쿠스 대신 그랜저TG 차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