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과거 대선 패배와 무소속 재보선 출마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글을 통해 차기 당권도전 의사를 강력 피력했다.

정 고문은 이날 ‘저는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는 트윗터글을 통해 “대선배패와 지난해 4월 재보선 무소속 출마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당을 아프게 한데 엎드려 사죄드린다”고 밝혔다.전당대회에 앞서 이 같은 글을 공개한 것은 과거 대선패배와 무소속 출마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사실상 반성문 성격의 출사표인셈이다.

정 고문은 “선배들이 오랜 투쟁과 희생을 통해 힘들게 올라왔던 가파른 길을 저는 방송기자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부터 너무나 쉽게 올랐다”며 “국민의 정부시절에는 당의 구태를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지만 참여정부에서는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정 고문은 특히 참여정부에서의 분양원가 공개가 좌절되고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파문이 일었을 때 자리를 걸고 지적하지 못한데 대해 “대통령과의 갈등이 두렵고 부담스러웠고,차기 대선에 대한 욕망 때문에 몸을 사렸다”고 솔직한 속태를 털어놨다.그는 “무뎌진 문제의식과 치열함으로 국민의 지지와 관심은 소리없이 사그러들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다”고 술회했다.

1997년 금융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자격으로 지켜본 IMF 각서체결장면과 관련,“노동유연화 정리해고를 지체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그 종이 한장이 1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양극화문서가 될줄은 미처 몰랐다”며 “97년 이후 양극화로 치달아버린 한국사회의 현실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중의 하나”라고 스스로를 비판했다.대선 패배 이후 미국 연수중 현지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지켜보고서야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정 고문은 대통령 선거과정과 관련,“BBK로 상징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매몰돼 시대의 요구를 꿰뚫어보는 대안과 비전을 치밀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을 진정 뼈아프게 느낀다”며 “대선후보로서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그는 “저는 민주정부를 지키지 못했고 10년동안 국민이 키워주신 개혁과 진보의 힘을 빼앗긴 장본인”이라며“정동영을 통해 자기 삶의 고통을 해소하고 싶었던 국민의 심정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담대한 진보’는 이같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정 고문은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두고 수없는 고민끝에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하기로 약속했고 그 대안이 역동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담대한 진보”라며 “경제지표가 아무리 좋아져도 국민의 삶을 바뀌지않는 우리사회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가한다”고 말했다.그는 “역사적 소심증을 벗어던지고 몽골기병처럼 빠르게 기동해서 당을 재무장해야한다”며 “담대한 진보를 기치로 당원과 함께 민주당을 진보적 당으로 변화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당권경쟁을 앞두고 이같은 자기반성의 글을 올린데 대해 정 고문측은 “대선 참패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주변에서 이번에 확실한 입장을 한번 정리해야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아 글을 공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