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70대 남녀 노인 두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해 각별한 건강관리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이번 무더위가 7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리는 비로 한풀 꺾였다가 비가 그친 뒤 다시 9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한 상태에서 남서쪽에서 더운 공기가 한반도로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기에는 노인,유소아,만성질환자 등 체온조절 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열사병이나 일사병이 가장 위험하다. 열사병은 뇌내 체온조절 중추가 외부의 고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망가진 것이다. 땀을 내거나 모공을 확장하는 등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체온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장 심각한 응급질환 중 하나다.

체온이 40도가 넘고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고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구역질,의식혼미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열사병의 치료에는 체온을 시급하게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환자를 차가운 물에 담그거나 물을 뿌리며 바람을 불어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때 환자의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함부로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삼가야 한다. 119나 1339로 전화를 걸어 응급실이 가동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일사병은 고열로 체내 염분과 수분이 부족 또는 소실된 상태로 체온조절 중추가 아직은 작동하므로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서늘한 곳에서 쉬게 하면서 시원한 이온음료를 마시게 한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좋으며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통해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더위를 느끼면 체온조절 시스템에 의해 피부 혈류량이 늘어나고 땀을 배출한다. 이 때문에 심장은 피부쪽으로 피를 보내려 더 많이 박동하고 호흡이 빨라진다. 동시에 다른 인체 부위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부족해진다. 이에 따라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신장질환을 앓는 만성환자들은 식욕과 소화기능이 떨어지고,신장에서는 소변량과 신진대사가 줄며,뇌의 인지기능은 둔감해지고,근육의 힘이 달려 넘어지거나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

강희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심장의 분당 혈액 방출량은 3ℓ씩 증가한다"며 "이로 인해 만성질환자들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이 농축돼 혈전이 만들어지기 쉽기 때문에 혈전이 뇌나 심장 혈관의 어딘가를 막으면 돌연사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뇨병 환자는 땀으로 수분이 과다하게 배출되면 혈당수치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무감각해져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이 자신도 모르게 악화 또는 초래될 수 있다. 만성질환자는 폭염이 피크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폭염을 식히기 위한 물놀이나 에어컨 및 선풍기 사용,찬물 목욕도 섣불리해선 안된다. 들뜬 기분에 안전장치를 강구하지 않고 물놀이에 나서면 익사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 2008년의 경우 총 688건의 익사사망 사고 가운데 459건이 하천과 바다에서 발생했고 7월 147명,8월 188명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저체온증이나 산소부족증으로 수면 도중 사망할 수 있다.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켠 채 잠 들면 배기가스가 차안으로 유입,일산화탄소에 질식돼 중태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냉방기 가동시간을 제한하고 실내온도를 22~24도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찬물로 샤워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더위로 확장된 혈관이 갑자기 수축돼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땀 배출로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찬 빙과류나 탄산음료를 마시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해서 소금을 직접 섭취하거나 당분이 10% 이상 함유된 주스를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혈중 염분 농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오히려 심한 갈증 어지럼증 구역을 호소할 수 있고 고당분은 수분 흡수를 저해한다. 생수,이온음료,수분과 전해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야채를 가볍게 먹는 게 바람직하다.

열대야에 숙면을 취하려면 잠들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게 좋다. 땀구멍이 열리면서 체온이 내려갈 뿐만 아니라 사람을 각성시키는 교감신경이 진정돼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찬 물로 샤워를 하면 오히려 중추신경이 흥분할 뿐만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가 확장되는 생리적인 반작용까지 생겨 오히려 체온이 올라가게 돼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초저녁 시간에 20~30분간 자전거 타기나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면 좋다. 그러나 밤늦게 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운동으로 높아진 체온은 5시간 정도 지나야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냉방온도는 수면에 가장 적절한 20도 정도로 맞추고 잠을 청한 후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거실로 나와 책을 보거나,TV를 보면서 몸을 식힌 후 다시 잠을 청하는 게 좋다.

밤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거나 낮잠을 자게 되면 계속해서 밤잠을 자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부득이 낮잠을 취할 경우에는 30분 이내로 잡아야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는다. 잠자기 전 수박이나 음료수 등 수분을 너무 많이 먹거나 커피 담배 초콜릿 등을 즐기면 뇌를 자극해 잠을 방해하므로 삼간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