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이 상호 지분 취득으로 제휴관계에 있던 코스닥 기업 제이콤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동아제약은 제이콤 보유주식 일부를 최근 처분했고, 나머지도 조만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제이콤 주가가 투자시점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일정부분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함께 증권업계에서는 제이콤이 보유중인 동아제약 지분의 처리 향방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동아제약, 제이콤 지분 처분으로 약 70억 '손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과 관계사 수석은 제이콤 주식 112만6917주를 지난달 말 장내서 매각했다. 수석은 보유주식 50만주 전량을, 동아제약은 62만6917주를 각각 매도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의 제이콤 지분은 기존 10.32%(437만6037주)에서 7.59%(324만9120주)로 감소했다.

동아제약 측은 지분매각 이유로 제이콤의 경영권 변동을 들었다. 제이콤의 새 대주주가 통신사업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제시, 더이상 제휴 관계를 맺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박영숙 제이콤 회장과 그의 아들 강용석 사장 등은 지난 6월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M&A(인수합병) 컨설팅 업체 디피에이홀딩스에 매각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당초 제이콤의 지분을 산 것은 이 회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원료의약품을 공급받는 한편, 바이오 의약품 사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다"며 "제이콤의 새 경영진과는 이런 제휴를 맺을만한 아무런 신뢰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아제약의 속내는 다른데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현 동아제약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이콤 지분을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동아제약이 제이콤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작년 말이다. 당시 제이콤은 자회사 등을 동원해 동아제약 주식을 대거 확보중이었다. 자회사 비티씨팜이 사들인 지분만 3.02%에 이르고, 박 회장과 강용석 사장 등의 지분까지 합하면 4%에 육박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지분이 5.09%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이다. 강 회장과 그의 아들 강정석 대표, 그리고 임원들 지분을 다 합쳐도 지분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제약 지분 약 15%를 확보하고 있는 업계 2위 한미약품과 제이콤이 손을 잡기라도 한다면 강신호 회장 등은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더욱이 당시는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동아제약이 부랴부랴 장외에서 제이콤 지분을 대거 사들여 맞불을 놓은 것도 제이콤이 보유중인 동아제약 지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동아제약은 그 사이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미스클라인(GSK)와 손을 잡았다. GSK는 최근 유상증자와 교환사채(EB) 등을 통해 동아제약 지분 9.76%(110만3674주)를 취득했다. EB 일부에는 강신호 회장이 추후 인수할 수 있게 콜옵션 약정도 붙었다.

강 회장 이후 회사를 이끌어 갈 강정석 대표도 지분을 늘렸다.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7000주와 1만3000주를 장내서 추가 취득했고, 워런트(warrantㆍ신주인수권) 17만여주도 확보했다. 강 대표의 직접 보유 지분은 0.69%(7만7266주). 여기에 워런트 등을 포함하면 2.24%(25만3306주)까지 지분을 늘릴수 있다. 또 우리사주를 통해 직원들도 지분을 조금씩 받았다.

강 회장 등이 6월말 현재 우호지분까지 합해 보유한 지분은 27.74%(308만9152주)에 달한다. 제이콤이 확보하고 있는 동아제약 지분이 더이상 경영진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경영권 방어 위해 제이콤 활용했다면…"

동아제약이 일부의 시각대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이콤 지분을 사고 팔았다면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지분 매매로 상당액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은 제이콤 지분 취득에 약 172억원의 내부 현금을 동원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3875~3995원이다. 이에 비해 지난달 매각한 지분의 처분단가는 주당 2180~2751원, 총 30억원 가량이다. 잔량 324만9120주를 전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69억8500만원. 지분 처분으로 약 100억원을 현금화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70여억원을 채 일 년도 안 돼 손해본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실제로 대주주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삿돈을 제이콤 지분 매매에 동원했고, 이로 인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제이콤 지분을 취득할 당시에는 전략적 제휴라는 명분이 있었고, 매각할때도 경영권 변동으로 인해 더이상 신뢰를 갖고 사업하기 힘들다는 좋은 명분이 있다"면서 "이러한 경영진의 경영 판단이 인정된다면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콤 보유 동아제약 지분은 '블록딜' 유력

제이콤이 보유중인 4%에 육박하는 동아제약 지분도 관심이다.

제이콤 관계자는 "당장 팔아도 이익이 나는 상황에서 동아제약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새 경영진이 이미 블록딜 형태의 매각을 진행하기 위해 몇 곳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지분이 한미약품에 넘어간다면 이후 M&A(인수합병) 이슈가 재발할 수 있다"며 "한미약품이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나, 이정도(제이콤 보유 동아제약 지분매입) 자금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