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서민대출'…금융시장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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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5~6등급까지 확대
은행도 새 상품 공동출시 예정
기업·은행 부담 '눈덩이'
은행도 새 상품 공동출시 예정
기업·은행 부담 '눈덩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 소외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나오고,이 상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을 위해 새 금융상품이 또 나오고,여기서도 소외된 사람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대출 자격을 크게 완화하는 식으로 서민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친서민'을 내걸고 서민금융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민대출은 정부나 대기업 · 은행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어 재원 마련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데다 민간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6등급도 미소금융 가능
금융위원회는 미소금융 대출 요건을 완화한 새 '미소금융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한다고 4일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은 금융 거래가 없는 저소득자가 실제보다 등급이 높게 매겨져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신용등급 5~6등급에 해당하는 저소득자 중 △최근 3년 내 금융 거래가 없거나 △소득 2000만원 이하인 사람으로 최근 1년 이내에 신규 금융 거래가 없는 사람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5일부터 신용 5~6등급 고객도 미소금융 창업자금을 무담보로 빌려 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7~10등급만 대출받을 수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에 나온 서민보증부 대출상품인 햇살론은 1주일 만에 200억원이 넘는 실적을 올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소금융은 6개월 동안 대출이 150억원에 그치는 등 실적이 저조했다"며 "이번 조치로 실적이 상당폭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민대출 역차별…시장질서 교란
정부가 신용 7등급 이하 빈곤층에만 빌려줬던 서민대출 상품을 5~6등급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역차별'문제 때문이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좋은 5,6등급이 8,9등급에 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신용 4~5등급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희망홀씨 외에 4~5등급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서민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민금융 상품을 계속 내놓아야 하는 함정에 빠진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 확대란 취지는 좋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금융 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 은행 부담 급증 우려
서민금융 확대에 따른 재원 부담 증가를 누가 부담하느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소금융은 은행의 휴면예금과 기업들이 출연하는 기부금으로 향후 10년간 2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삼성 LG SK 등 대기업이 내고 나머지 절반은 시중은행들이 부담하는 구조다.
시중은행 자체 기금으로 실시하고 있는 희망홀씨 대출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4~5등급을 위한 새로운 서민대출 상품이 나오면 기업과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민보증부 대출상품인 햇살론은 부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정부가 '친서민'을 내걸고 서민금융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민대출은 정부나 대기업 · 은행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어 재원 마련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데다 민간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6등급도 미소금융 가능
금융위원회는 미소금융 대출 요건을 완화한 새 '미소금융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한다고 4일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은 금융 거래가 없는 저소득자가 실제보다 등급이 높게 매겨져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신용등급 5~6등급에 해당하는 저소득자 중 △최근 3년 내 금융 거래가 없거나 △소득 2000만원 이하인 사람으로 최근 1년 이내에 신규 금융 거래가 없는 사람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5일부터 신용 5~6등급 고객도 미소금융 창업자금을 무담보로 빌려 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7~10등급만 대출받을 수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에 나온 서민보증부 대출상품인 햇살론은 1주일 만에 200억원이 넘는 실적을 올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소금융은 6개월 동안 대출이 150억원에 그치는 등 실적이 저조했다"며 "이번 조치로 실적이 상당폭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민대출 역차별…시장질서 교란
정부가 신용 7등급 이하 빈곤층에만 빌려줬던 서민대출 상품을 5~6등급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역차별'문제 때문이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좋은 5,6등급이 8,9등급에 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신용 4~5등급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희망홀씨 외에 4~5등급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서민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민금융 상품을 계속 내놓아야 하는 함정에 빠진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 확대란 취지는 좋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금융 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 은행 부담 급증 우려
서민금융 확대에 따른 재원 부담 증가를 누가 부담하느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소금융은 은행의 휴면예금과 기업들이 출연하는 기부금으로 향후 10년간 2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삼성 LG SK 등 대기업이 내고 나머지 절반은 시중은행들이 부담하는 구조다.
시중은행 자체 기금으로 실시하고 있는 희망홀씨 대출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4~5등급을 위한 새로운 서민대출 상품이 나오면 기업과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민보증부 대출상품인 햇살론은 부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