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9월부터 소득수준이 높거나 보유자산이 많으면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입주할 수 없게 된다. 또 미성년 자녀를 4명 이상 둔 무주택 세대주들은 '0순위'를 받아 우선 공급받는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공급 및 관리 규칙' 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한다고 4일 밝혔다.

◆소득 · 재산 많으면 입주 불가

시프트 공급 방식이 바뀌면서 청약 여건도 크게 달라진다.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일정 수준의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입주자격을 박탈하는 '소득기준' 및 '자산기준'이 확대 적용된다는 점이다.

먼저 향후 공급되는 전용 60~85㎡ 규모의 시프트는 지난해 도시근로자 세대당 평균 월 소득 대비 150%를 넘으면 입주자격이 상실된다. 연봉 기준으로 환산하면 3인 가족 기준 7008만원,4인 가족 기준 7620만원이다. 소득기준 180%를 적용하는 85㎡ 초과 시프트는 8400만원(3인 가족)과 9132만원(4인 가족)을 넘으면 입주할 수 없다.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에서 사들여 공급하는 60㎡ 이하 매입형 시프트는 그동안 소득에 관계 없이 입주가 가능했지만 앞으로 소득기준 100%가 적용돼 연봉 4668만원(3인 가족) 이하인 무주택자들만 청약할 수 있다. SH공사 등이 직접 지어 공급하는 60㎡ 이하 건설형 시프트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70%(3인 가족 기준 연봉 3264만원)의 소득기준이 적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주 2년 후 재계약 시 소득이 입주요건보다 많으면 초과 정도(50%)에 따라 임대료 할증이나 퇴거 등의 조치를 내릴 계획"이라며 "다만 종전 공급방식으로 입주한 사람들에겐 소득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산기준 적용대상도 확대된다. 2억1550만원이 넘는 부동산 보유자는 전용 85㎡ 초과 시프트에 입주할 수 없게 했다. 앞서 시는 지난 5월 공급분부터 전용 60㎡ 이하 시프트에만 적용하던 자산기준을 전용 60~85㎡로 넓혀 부동산 기준 2억1550만원이 넘고 25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으면 입주를 제한해 왔다.


◆4자녀 무주택자는 '0순위'

무주택 세대주면서 미성년 자녀수가 4명 이상인 청약자들은 전용 85㎡ 초과 시프트 물량의 10%를 우선 공급받는다. 사실상 시프트 '0순위제'가 도입되는 것으로,0순위자들은 동일순위 경쟁 때 적용받는 청약가점제와 무관하게 자녀수나 무주택기간 순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다만 소득제한 및 자산보유 기준 요건은 충족해야 한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 거주자 중 자녀가 4명 이상인 무주택 세대주가 2500여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무주택 세대주에 적용했던 전용 60~85㎡ 시프트에 대한 우선 공급 물량도 종전의 10%에서 20%로 늘리기로 했다.

◆8월 공급물량 9월로 늦춰져

서울시가 입법 예고한 시프트 공급기준은 오는 25일까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쳐 다음 달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는 이 같은 절차를 감안,당초 이달 공급키로 했던 시프트 물량의 공급시기도 다음 달 중순께로 늦추기로 했다. 내달 공급될 시프트는 강남구 세곡지구(443채) 강동구 강일2지구(727채) 송파구 마천지구(730채) 등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들이다.

11월에는 세곡지구(229채)를 비롯해 은평구 은평3지구(634채) 양천구 신정3지구(1358채) 등이 공급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분 공급시기는 다소 늦출 수밖에 없지만 11월 공급물량은 가급적 당초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