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블루칩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일단락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코스닥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보통 코스닥 기업들은 어닝시즌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호황에 따라 협력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입는 '트리클 다운' 효과로 코스닥시장도 주요 IT 장비 · 부품 기업들이 '깜짝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깜짝실적 주인공은 IT장비 · 부품주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16일 실적발표 시한을 앞두고 지난 3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996곳 중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25곳(12.5%)에 불과하다. 대다수 코스닥 기업의 어닝시즌이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증권사의 실적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이 있는 기업 중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따져본 결과 대부분이 IT 장비주와 부품주였다.

대표적인 기업이 전자제품 및 반도체 생산용 3D 측정 검사장비 제조업체 고영이다. 고영은 작년 2분기 1억1200만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올 2분기엔 42억3300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연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IT 업체들의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공정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고영이 생산하는 장비 구매를 늘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레이저마커 제조업체 이오테크닉스도 영업이익이 10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3배로 불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패키징업체 하나마이크론은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6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패키징 물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이 밖에 에스에프에이 유진테크 테크노세미켐 등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등 주요 IT 대기업들이 올 들어 설비투자를 대폭 늘린 것이 관련 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는 글로벌 IT 경기둔화와 납품단가 인하 여부가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반등 이끌까

스마트폰 관련 기업들도 2분기 실적호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에 들어가는 커넥터의 50%가량을 납품하는 우주일렉트로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66% 늘어난 102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유비쿼스도 스마트폰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닥지수 상승률이 최근처럼 5개월 연속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밑도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주요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 발표되면 지수 간 상승률 격차 메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기관들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면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큰 코스닥 종목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용어풀이 ] 트리클 다운 (trickle down)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뜻의 경제 용어.대기업이 창출한 수익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적하(滴下)효과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