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단일 기종 판매량 사상 최단 기간에 50만대를 돌파한 스마트폰이 나왔다. '아이폰 대항마'로 불리는 삼성전자 애니콜의 '갤럭시S'가 국내 출시 한 달 만에 스마트폰 업계에 반향을 일으키면서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그동안 와신상담(臥薪嘗膽)해 온 국산 스마트폰의 잠재력을 보여준 셈이다. 휴대폰 강국의 자부심을 살릴 비장의 무기로 등장한 갤럭시S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스마트폰의 구매 준거가 성능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제품들 간의 성능비교에 초점을 둔 기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단순히 성능이나 기능상의 비교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이 어디로 쏠릴지 판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아이폰빠'(아이폰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는 아니지만,어렵사리 아이폰으로 전환했던 필자에게 갤럭시S는 한국인의 심리를 이해하고,만든 이의 심리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놀라운 제품이었다. 선명한 화면과 빠른 응답 속도는 필자가 느끼기에도 경탄할 만한 수준으로 그 안에 담긴 응용 프로그램 또한 기존 스마트폰들과 충분히 비교가 됐다. 휴대폰의 진화가 어디까지일지,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하드웨어 상의 강점 외에도 갤럭시S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 편의성'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아이폰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아이폰을 집어 들었지만 생소한 기능들과 어려운 사용법,그로 인해 더욱 복잡해진 업무 행태는 '스마트폰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갤럭시S의 경우 기존 스마트폰에 비해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그 이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면,갤럭시S는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된 세트메뉴' 같다. 자주 사용하거나 필요한 기능들을 친절히 구비해 놓음으로써 기존 휴대폰 방식의 친숙한 틀 속에서 기술적 변화나 기계적 성능의 우위를 편하게 누리고 싶은 소비자들을 '스마트폰'이라는 최신 트렌드에 편하게 동참시켰다. 결국 갤럭시S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익숙함 속에서 변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에 대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겠다.

한편 갤럭시S는 '주변의 이목에 신경을 쓰고,최신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르려는 욕구가 강한'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도 적절히 충족시키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누가 봐도 알 만한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고 이를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 중 하나로 택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특히 '삼성전자'라는 회사 이름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갤럭시S는 스마트폰이라는 최신 트렌드를 편하게 경험시켜 주면서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기꺼이 꺼내 보이고 싶고,자랑하고 싶은 심리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제품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애플 마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던 아이폰4G가 최근 수신 결함 등 하드웨어상의 문제로 역풍을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의 본질을 실용성과 대중성의 결여,얼리어답터나 애플 마니아층에 편중된 마케팅의 한계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4G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국내 휴대폰 업계에 또 한번의 격변이 예상되고 있다. 하드웨어상의 경쟁력과 소비자 심리에 대한 넓은 이해로 스마트폰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갤럭시S'를 필두로 한 우리 스마트폰의 반격이 통쾌한 승리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황상민 < 연세대교수·심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