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해외 펀드들이 수익률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유독 선방하는 펀드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증시는 급락했는데도 펀드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환율 효과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 동향이 급변하면서 환헷지를 안 한 펀드들이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 환헷지 여부에 따라 50% 가까이 차이

환헷지란 외환선물 등을 통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3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PCA차이나드래곤 A Share자A-1 ClassA' 펀드의 3년 수익률은 8.4%(28일 기준)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4300에서 2600대로 40%가 빠진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이 펀드는 환헷지를 하지 않는 펀드로서 주가 외에도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반영된다. 이 기간 동안 위안화당 원화 환율은 120원 수준에서 170원대까지 40% 이상 올랐다. 환율만 갖고도 40% 수익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역시 환헷지를 하지 않는 '템플턴아시아그로스플러스' 펀드는 2년 수익률이 51.1%로, 헷지를 하는 '템플턴아시아그로스' 펀드(10.1%)에 비해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환율 효과는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보면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홍콩 H주 지수를 따라가는 ETF인 '삼성KODEX China H'의 2년 수익률은 15.8%에 달한다.

펀드를 운용하는 사봉하 삼성투신운용 ETF운용 팀장은 "홍콩 H지수가 2년 동안 1.8% 하락한데 비해 원화 대비 홍콩달러는 16%가 절상됐다"며 "환율 효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인 집계 결과 전체 해외펀드의 3년 평균 수익률이 -17.12%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반해 환헷지를 하지 않는 40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4.77%를 나타냈다.

이처럼 환헷지 여부가 펀드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2007년 하반기에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원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년 가까이 900원대에서 횡보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500원대까지 치솟았고, 최근에는 1100~12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 환율 예측 쉽지 않아…경제 보고 투자해야

대부분의 해외 펀드에서 환율을 헷지하던 자산운용사들도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이후로 환헷지를 하는 펀드와 하지 않는 펀드를 각각 내놓는 추세다.

김지은 슈로더투신운용 이사는 "과거에는 환율 변동이 크지 않아 환율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려는 차원에서 함께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조건 환헷지를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인 것은 아니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증시보다 더 심하게 급변하는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해외펀드의 경우 다양한 지역에 투자하고 있어 이들 지역의 환율 변동까지 내다보기란 더욱 어렵다.

기준환 JP모간자산운용 해외펀드담당 이사는 "투자하는 펀드가 어떤 통화에 대해서 헤지를 수행하고 있는지, 어떤 지역에 투자가 이루어 지는지를 면밀히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환율은 결국 해당 국가의 경제 체력에 따라 움직이므로 투자국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