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초반 성적 부진 왜?
'스타크래프트2'가 전작의 화려한 명성에 비해 부진한 초반 흥행 성적을 보이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서비스 이틀째도 10위권 밖…'아이온'과 13배 차이

지난 27일 공개시범서비스(OBT)에 들어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는 OBT 이틀째에도 게임 순위 10위권밖에 머물렀다.

PC방 순위집계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스타2는 서비스 첫날 20위를 기록하며 기대에 못미치는 출발을 했다.
29일에는 첫날보다 8계단 상승한 12위를 기록했다. 스타2의 사용시간 점유율과 사용시간도 첫날보다 두 배가량 늘어나 각각 1.58%와 10만6261시간으로 집계됐다. 다른 순위집계 사이트 '게임리포트'에서도 12위로 순위 내 첫 진입,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스타2의 성적은 첫날보단 나아졌지만 이름값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는 평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여타 온라인 게임이라면 괜찮은 성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게임이라 불렸던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성적으로는 부족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스타2는 상위권의 다른 게임들과 PC방 순위 세부항목에서 큰 격차를 나타냈다.

10위권 내 게임들의 점유율은 3.47%~14.45%로 스타2와 최소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드러냈다. 88주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의 같은 날 점유율은 14.45%로, 사용시간은 96만9813시간으로 스타2와는 각각 약 13배와 9배의 차이를 보였다.

◇더딘 PC방 보급속도가 흥행 발목 잡아

업계에서는 스타2의 초반 흥행 부진이 블리자드의 PC방 과금체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우철 미래에셋 게임 전문 애널리스트는 "블리자드의 PC방 가격 정책으로 게임의 보급속도가 느려졌다"며 "가격정책이 스타2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2를 운영하는 PC방 사업자는 시간당 250원이라는 과금을 블리자드에 지급해야 한다. 이는 PC방 이용요금을 1시간에 1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출시 이틀째 스타2가 설치된 PC방 수는 1만2380개로 첫날보다 2000개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20위권 내 게임 가운데 스타2보다 설치된 PC방 수가 적은 게임은 와이디온라인의 '오디션'(19위)이 유일하다.

별도의 과금이 없는 스타1(6위)을 설치한 PC방은 2만1345개로 모든 온라인 게임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블리자드 측은 "PC방 과금정책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때부터 이미 적용해왔던 것으로 스타2라고 새롭게 적용하진 않았다"며 "통합 베틀넷 계정을 이용하는 블리자드 게임들은 현행 과금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주말 넘기면 달라질 수도…이용자들은 '게임성' 호평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스타2 흥행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스타2 이용자들이 PC방 순위와 관계없이 게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Pgr21'에는 스타2의 게임성이 기대했던 것보다 뛰어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용자들은 특히 성우 대사에 캐릭터들 입 모양까지 일치시킨 한글화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면 PC방은 결국 게임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며 "스타크래프트의 주 이용자층의 연령이 다른 게임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말을 계기로 변화가 있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