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발 아이디어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나옵니다. 그때마다 실험실로 달려가 밤새 연구하죠."

변무원 ㈜젠트로 대표(58 · 사진)의 집무실 한 쪽에는 작은 실험실이 있다. 그곳엔 각종 화학 약품들과 붓,페인트,시멘트 등이 놓여있다. 수시로 실험을 하기 위해 사장실 내에 실험 공간을 마련한 것.이곳에서 변 대표는 지금까지 200여개의 특허제품(회사보유 포함)을 개발했다.

그는 상하수도,라이닝,수처리 관련 제품의 기술개발을 선도해 온 점을 인정받아 2001년에는 발명 대왕상 및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고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7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현재는 연 매출 400억원을 올리는 중소기업인으로 성공했지만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변 대표의 어릴 적 꿈은 교사였다. 하지만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사고로 야전삽에 왼손 중지의 일부를 잃었다. 변 대표는 "초등학교 선생님은 풍금을 쳐야하는데 이 손가락으로는 풍금을 칠 수가 없었다"며 "이후 중학교 땐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지만 손가락 때문에 입학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교 생활을 방황으로 끝낸 변 대표는 '시골에서 할 게 없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어느 날 우연히 측지(측량 및 지형공간정보)기사 학원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어요. 500~600명의 지원자 가운데 20명만 뽑는 시험이었는데 6개월간 바짝 공부해 합격했죠.당시 측지기사 자격증은 대학 졸업장처럼 대우받던 시절이었어요. 이때부터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

자격증 덕분에 취업도 수월했던 그는 ㈜중앙항업,㈜남광토건,신광콘크리트 등에서 근무를 했고 1989년 창업에 나섰다. 첫 번째 도전은 맨홀 거푸집을 나무 대신 플라스틱 소재로 만드는 것이었다. 변 대표는 "수소문 끝에 인천의 한 공장을 찾아 무작정 개발을 의뢰했다"며 "대출받아 투자한 모험이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과 맞물리면서 탄탄대로를 밟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가 절감을 위해 우리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대한주택공사의 공문을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물 세척이 가능하고 화재 위험성도 없는 '세라믹 도료'도 개발했다. 그는 "도료 개발 성공 후 해외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 유럽 · 미국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