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석 사장, 신형 아반떼 설명회] "현대차 상반기 好실적은 착시일 뿐…"
"자유낙하 도중 낙하산을 펴면 마치 추락 속도가 멈춘 듯한 착각을 한다고 해요. 떨어지는 속도만 더뎌졌을 뿐인데요.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최고점이던 2008년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습니다. "

양승석 현대자동차 사장(글로벌 영업본부장)이 올 상반기 호실적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경고했다. 2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신형 아반떼 제품설명회 자리에서다. 현대 · 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작년 동기보다 훨씬 좋은 상반기 실적을 내놨지만 최악의 상황과 비교한 수치인 만큼 착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양 사장은 "유럽 자동차 시장이 올해 10% 이상 축소되고 미국의 경우 작년보다 조금 나아지는 데 그칠 것 같다"며 "지금 추세로는 2014~2015년이나 돼야 연 7000만대 수준이던 2008년의 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현대차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 사장은 "2000년대 초 향후 10년 내 글로벌 톱 5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는데 작년에 이를 조기 달성할 수 있었다"며 "세계 1등 그룹에 속하고 나면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신차의 국내 판매와 수출명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이날 전면 공개한 아반떼의 수출명을 종전의 '엘란트라'가 아닌 아반떼로 하겠다는 것.그는 "지금까지 발음 등의 문제로 국내와 수출용 모델의 이름을 다르게 붙이는 게 관례였다"며 "하지만 신차를 모두 글로벌 브랜드화한다는 전략에 따라 모델명을 통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유럽 지역엔 i10,i20,i30 등 통일성을 높인 'i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으며,조만간 중형 세단 i40도 추가할 계획이다.

양 사장은 모든 중 · 소형급 이하 차종에 '육각형 그릴'(헥사고널 그릴)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기아차의 '호랑이코 그릴'과 같이 육각형 그릴을 현대차 대표 얼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BMW나 벤츠와 같이 차 외관만 보고도 현대차임을 알 수 있도록 육각형 그릴에 대표성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과 관련,"국내에서 1등을 뺏긴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좋은 시절이 있으면 잠시 주춤할 때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의 실제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점을 JD파워 등 여러 기관을 통해 인정받았다"며 "다만 미국 등에서 인지품질이 다소 낮은 편인데,3년 내 이를 실제 품질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형 아반떼가 현대차의 세계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1.6 감마 GDI(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140마력,최대 토크는 17.0㎏ · m의 힘을 발휘하며,동급 모델 중 최고 수준의 연비(16.5㎞/ℓ)를 내는 등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국산차 중 처음으로 평행주차 보조장치를 달았다. 경쟁 모델은 도요타 코롤라와 혼다 시빅 등이다. 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디럭스 1490만원 △럭셔리 1670만원 △프리미어 1810만원 △톱 1890만원 등으로 책정했다.

양 사장은 "연말부터 북미 시장에 선보이고 중국 호주 등 아 · 태지역엔 내년 초부터 수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평창=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