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T 임직원 3만2000여명은 지난주부터 금요일에는 부챗살 모양의 빨간색 '와이파이(Wi-Fi · 무선랜)'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출근한다. KT 가입자들이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올레 와이파이존'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올레 와이파이존은 전국 2만7000여곳에 구축돼 있으며 연말까지 4만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14일 사내 간담회에서 무선 데이터 시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와이파이 네트워크는 우리의 큰 자산"이라며 "KT는 컨버전스(융합)와 데이터 시대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요금을 90% 내렸지만 무선 인터넷 활성화로 매출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KT의 잇따른 '와이브로 쇼'

KT가 국내 통신시장에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앞세워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에 필수적인 와이파이 망을 대폭 확대해 경쟁사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가 최근 삼성전자,인텔 등과 함께 자본금 3200억원 규모의 '와이브로 투자 회사'(WIC)를 설립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KT는 와이브로 네트워크를 와이파이로 전환해 주는 '에그' 단말기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연학 KT 가치경영실장(최고 재무책임자)은 "고속도로와 주요 도시에 와이브로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며 "에그 단말기 등을 이용해 어디서나 와이파이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활성화로 무선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태블릿PC는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스마트폰의 10배 이상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KT는 무선 데이터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현대 · 기아자동차와 손잡고 각종 차량에 와이브로 기술을 탑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군살 뺀 뒤 실적도 개선

KT가 무선 인터넷 분야를 강화하면서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유선전화 가입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스마트폰 가입자의 증가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업계는 지난 2분기 KT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하고,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직원 6000여명이 명예퇴직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감소한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와이파이 와이브로 등 네트워크가 경쟁사보다 우월한 데다 지난 6월 말 현재 스마트폰 가입자 수 비중은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7%(109만명)에 달한다"며 "아이폰4와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트워크 속도 크게 높인다

KT는 아이폰 등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로 모바일 인터넷 사용이 크게 늘어나자 네트워크 속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KT 가입자들의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아이폰 도입 후 100일 만에 122배 급증했다. 이와 관련,KT는 기존 3세대(3G) 네트워크의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대용량 파일을 올리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전국 84개 도시에서 업로드 속도를 크게 개선한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 서비스에 나섰고,최상위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고속패킷접속플러스(HSPA+)도 오는 10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HSPA+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초당 21메가비트(Mbps)다. 최대 속도를 기준으로 5분이면 스마트폰으로 700메가바이트(M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수 있다.

◆글로벌 앱스토어 선점 욕심도

KT는 최근 전 세계 24개 주요 통신회사들이 참여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글로벌 앱스토어'(WAC)와 관련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개발자들은 단일 플랫폼을 통해 개발한 앱을 글로벌 앱스토어에 올리고,통신사들은 이곳에서 앱을 공급받아 자사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방식이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장(사장)은 "내년 초 글로벌 앱스토어의 첫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글로벌 앱스토어 서비스가 시작되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앱스토어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애플 구글 등에 맞서 통신회사들이 연합전선을 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KT는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에 따라 각각 표준을 맞춰야 하는 불편을 덜어줌으로써 개발자와 통신사업자 간 윈-윈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700~800개에 달하는 군소 통신회사들도 WAC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앱스토어가 구축되면 시장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