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서울 용산의 1조5000억원 규모 도시환경정비사업(도심·부도심의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재개발사업) 용역계약 선정과정에서 ‘검은 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도시환경정비사업과 관련한 각종 계약을 체결하면서 십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조합장 김모씨(68)와 조합 감사 이모씨(64),브로커 정모씨(52)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또 김씨 등에게 뇌물을 주고 사업권을 따낸 철거업체 대표 김모씨(45)를 구속 기소하고 분양ㆍ광고ㆍ감리업체 대표 등 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합장 김씨와 이씨는 2007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 용산구 동자동 도시환경정비사업과 관련한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철거업체 등에서 모두 16억2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들은 조합임원과 유착한 회사한테 유리한 내용으로 입찰공고안을 작성해 경쟁업체의 입찰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입찰참가업체 평가기준표를 미리 만들어 채점에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입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며 특정업체가 추천한 세무사에게 재무평가를 맡겨 높은 점수를 받게 하고,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사들에게는 점수 배정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는 수법도 동원했다.

정씨 등 브로커들은 이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소개하면서 뇌물을 전달해주는 대가로 건당 2억~3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실제 건설사업의 공사비 절감과 품질 향상 등을 위해 사업관리업무를 위탁하는 ‘건설사업관리(CM)’ 용역은 사업비 48억원에서 해당 업체가 20억원만 가져 가고 나머지 28억원은 뇌물과 계약알선 사례금으로 사용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동자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전체면적 5만㎡(약 1만5000평)의 대지에 30~40층짜리 빌딩과 호텔,주상복합건물 등을 세워 이 지역을 강남에 버금가는 상업ㆍ업무 중심지로 만드는 사업.사업비 규모가 총 1조5000억원에 이른다.검찰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면서도 입찰의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장치가 없고,조합장 등 소수 임원에 권한이 집중된 것이 문제였다”며 “이들 사업의 공공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