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6 · 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6개 시 · 도지사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정치적 견해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국정운영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날 만남의 의미가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지방정부에 있어 여당 단체장들이 소수로 전락한 만큼 집권 후반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 단체장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후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기존에 추진돼 온 주요 국책사업은 물론 이미 진행중인 개발사업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백지화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민주당 송영길 시장 취임 직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을 비롯 몇몇 주요 사업의 재검토가 선언됐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4대강 사업 중단 요구와 함께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사업 등의 재검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사전에 국토해양부 등 중앙 부처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도 중앙정부와의 소통 부족,비협조의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단체장은 정치적 색깔보다는 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했음에 틀림없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고 정책적 문제"라며 "(일부 야당 시 · 도지사들이) 자기 지역이 아닌 4대강 문제에까지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대형 국책사업이나 개발사업 중에는 재검토와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 권력이 교체됐다 해서 백년대계로 구상돼야 할 대형사업들이 하루아침에 방향을 달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책 혼선의 최종 피해자는 정부도 단체장도 아닌 결국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소상공인이나 경제적 약자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주요 개발정책들이 흔들리게 되면 여기에 직 · 간접적으로 연관된 서민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지역민,특히 경제적 약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분은 열심히 도울 것"이라며 "소속 정당이 다르다고 불이익을 당할까 하는 생각은 염두에 두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민선5기 단체장이 취임한 지도 한 달이 다 돼 간다. 선거 열기도 사그라들고 대략적인 업무 파악도 끝날 시간이다. 본격적인 민생 챙기기에 나서야 할 때가 된 셈이다. 이제 그 민생 행보의 기준은 소속 정당의 이념이나 정략이 아닌, 주민의 편익이 최우선되어야 함을 단체장들은 다시금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