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의 양대 거인인 에어버스와 보잉의 수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개막한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두 회사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경쟁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380억달러 규모의 미국 공군 급유기 입찰뿐 아니라 한국 대통령 전용기 수주를 놓고도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3일 "에어버스가 판버러 에어쇼를 통해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보잉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에어쇼에서 에어버스의 수주 계약 규모가 보잉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역전 노리는 에어버스

에어버스는 민간 항공기 시장에서 2004년 처음으로 보잉을 추월했다. 이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에어버스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초대형 항공기 시장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보잉을 넘어서기 위해 야심차게 개발한 A380의 납기가 예정보다 2년 가까이 늦춰진 것이다. 부품의 기술적 결함이 이유였다. 보잉을 앞서며 세계 1위로 올라섰던 에어버스의 명성과 신뢰도 함께 추락했다.

에어버스가 지난해 5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보잉에 넘겨준 배경이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프랑스의 5개 공장 문을 닫고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 판버러 에어쇼는 에어버스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분석이다. 판버러 에어쇼 개막 이후 닷새째인 23일까지 에어버스는 항공기 130대를 수주했다. 규모는 130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보잉은 100억달러 규모의 100대 계약에 그쳤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예상보다 많은 계약을 체결했다"며 "올해 총 400대의 항공기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어버스의 당초 목표는 300대였다.

◆한국 대통령 전용기 입찰도 경쟁

보잉과 에어버스는 380억달러 규모의 미 공군 급유기 입찰에서도 경쟁 중이다. 두 회사는 지난 8일 180대의 공중급유기 수주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2년 만의 정면 충돌이다. 에어버스는 2008년 미 공군으로부터 공중급유기를 수주했으면서도 미국 정치권의 압력으로 계약이 무효화된 바 있다.

한국 대통령의 새 전용기 수주에서도 양사는 격돌하고 있다. 한국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마감되는 입찰에 보잉사와 에어버스의 모기업인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이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통령 전용기를 생산 개조할 능력을 보유한 회사는 전 세계에 이들 두 곳밖에 없다. 보잉 787급이나 에어버스 340급 이상 중형기가 도입될 예정이며,경비는 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경기회복에 비상 준비하는 항공산업

보잉과 에어버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은 항공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AFP통신은 "항공기 제작업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항공사들의 영업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굴지의 항공사인 델타와 콘티넨털은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델타는 지난해 2분기에 2억5700만달러의 순손실을 보였지만 올 2분기에는 4억6700만달러의 순익을 냈다. 콘티넨털도 2분기에 2억13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제트블루,알래스카항공 등도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헬렌 베커 달만로즈 앤드 컴퍼니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공산업은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더욱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