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설비 증설 경쟁을 주도한 LG디스플레이가 다음 달부터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감산에 들어간다. 유럽 재정위기,중국 시장의 TV 판매 부진 등으로 당초 기대했던 만큼 수요가 증가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TV 제조사들이 올해 공격적 판매 목표를 정했으나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재고까지 늘어난 상태여서 8월 중 일부 감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번 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거의 모든 업체가 감산에 들어갔던 2008년 7월 이후 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에 앞서 AUO,CMI 등 대만 LCD 업체들도 공장 가동률을 5~10%가량 낮추는 등 감산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었던 패널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으로 급변한 것은 중국 유럽 등의 TV 판매가 지난 5~6월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 기업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월드컵 특수에도 불구하고 2분기 중국 LCD TV 시장이 1분기 900만대보다 줄어든 700만여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 시장도 1분기와 비슷한 1200만대에 머문 것으로 추정돼 월드컵 특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 효과가 집중된 미국 시장의 2분기 판매는 1분기 730만대에서 1000만대로 늘어났지만 TV 세트업체들의 판매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기대에 못 미친 반면 LG디스플레이,삼성전자,대만 AUO,CMI 등 업체들의 증설 경쟁으로 LCD 생산능력은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것이 감산의 계기로 작용했다"며 "하반기에 패널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지만 수급 균형을 이루기에는 각 업체들의 투자가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전했다. 물론 PC 모니터 등에 들어가는 LCD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형 패널을 필요로 하는 TV 경기가 위축될 경우에는 전체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LG디스플레이가 감산에 들어갈 품목 역시 TV용 패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LCD업계가 자율적인 감산 등으로 공급 능력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고 3차원 입체영상(3D),쌍방향 스마트 TV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TV 시장의 미래 수요 기반도 탄탄한 편이어서 업체들의 수익성이 단기간에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수급 여건을 미리 반영하는 주요 패널 가격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약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기업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42인치 LCD TV용 패널 가격은 지난 3월 340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이달 들어서는 315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