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전 국민이 쓴 의료비는 66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건복지부가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2008년 국민의료비 추계 결과'에 따르면 2008년 국민 의료비 지출액은 66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차지했다. 전년의 6.3%보다 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03년의 5.4%와 비교하면 5년 만에 1.1%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의료비 지출 비중은 GDP의 8.8%에서 9.0%로 0.2%포인트 증가했다.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007년보다 7.5% 증가한 137만2000원이었다.

신준호 복지부 정책통계담당관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이 OECD 평균 9%보다는 아직 낮지만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비 지출이 많은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가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건강보험 등 공공재원에서 지출된 의료비는 36조9000억원(55.3%)으로 전년의 34조1000억원보다 8.2% 늘었다. 전체 의료비 증가율(7.9%)보다 공공 의료비 지출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는 등 보장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계 직접 부담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2003년 전체 의료비에서 가계 지출 비중은 40.4%에 달했지만 2007년에는 35.5%,2008년에는 35%(23조3000억원)로 5년간 5.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가계 지출 비중은 20.8%에서 18.5%로 2.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공공지출과 가계 직접부담을 제외한 돈은 기업(전체 의료비의 4.7%)이나 민간보험(4.4%),민간 비영리단체(0.7%)에서 나왔다.

국민 의료비 가운데 의약품과 의료용 소모품 등 약제비는 15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국민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9%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감소했다. 신 담당관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효과를 거뒀다기보다는 비급여 의약품 사용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 정책에 따른 보장성 강화로 가계 직접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전체 국민 의료비가 빠르게 늘고 있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