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도매가격이 이번 주 들어 소폭 반등했다. 지난 5월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 반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강업계에선 원가를 감안할 때 도매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렵다며 바닥을 다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건설 수요 등이 여전히 부진해 내달 말까지는 본격적인 오름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철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t당 67만~68만원 선까지 떨어졌던 국산 철근(SD400 · 두께 10㎜) 값은 이번 주 69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5월 중순 t당 77만~80만원에 거래됐던 철근 값은 이후 건설사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급락세로 전환돼 두 달 새 10만원가량 내렸다.

서울 공항동의 재신철강 영업부 관계자는 "지방 유통사들이 내놓던 저가 물량이 소진돼 이번 주 들어 소폭 올랐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부 유통사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예상해 '재고 털기'를 해왔지만 이런 물량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성수기인 9~10월을 앞두고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가세하고 있다. 철근 값은 건설공사가 활발한 4월과 10월에 가장 비싼 경향을 보인다.

또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은 지난 19일부터 대대적인 하계 재보수를 시작하며 감산에 돌입했다. 올해는 보수기간을 예년보다 2~3일씩 늘렸다. 최근 재고가 정상치의 두 배 수준인 38만~39만t까지 늘어나며 철근 도매가격이 제조원가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고철 값을 감안하면 철근 t당 생산원가는 69만~72만원 선으로 추산된다.

대형 제강사 관계자는 "하계 보수로 생산량이 감소해 철근 재고가 이달 말이면 20만t 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가 물량도 소진돼 내달 말부터는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철광석 가격에도 바닥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철광석 현물가격(CFR · 운임포함조건)은 지난 19일 t당 129달러를 기록,전주보다 2달러 올랐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또 3개월물(싱가포르 시장) 가격은 지난 16일부터 이틀째 오름세를 타 t당 103달러에서 114달러로 올랐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철광석 값은 매년 계절적인 수요 때문에 8월 초순부터 반등한다"며 "올해는 워낙 수요가 부진해 불안하긴 하지만 급락세에서는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철근 값 반전은 '바닥 다지기' 과정일 뿐 당장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기본적으로 건설 조선 등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철강협회에서 발표한 '하반기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철근 소비량은 421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할 전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