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글로벌 철강벨트'…亞ㆍ유럽 넘어 남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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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이래 41년째 흑자
기술ㆍ수익 '세계 1위'
2차전지용 리튬 개발 등
新수종사업 강화
기술ㆍ수익 '세계 1위'
2차전지용 리튬 개발 등
新수종사업 강화
포스코 이사회는 지난 16일 철강사업 분야의 두 가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브라질 일관제철소 지분 참여와 호주 대규모 철광석 광산 지분 인수를 확정지은 것.브라질 진출은 유럽,아시아에 이어 남미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철강벨트' 구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호주 철광석 광산 인수로 포스코의 철광석 자급률은 18%에서 34%로 높아진다.
포스코는 작년 30조원 수준인 매출을 2018년까지 10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비전을 최근 내놨다. 철강 사업에서 65조원,에너지 및 소재 등 신사업에서 35조원의 매출을 각각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90%대인 철강 사업 비중을 대폭 낮추고,신사업 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세계 최고의 철강 기술력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그 저력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해외 유수 철강업체들이 40%씩 감산을 하고서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포스코는 상반기에 20%의 감산만으로 위기를 견뎌냈다.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 미탈조차 17억달러의 적자를 냈지만,포스코는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는 지난 4월 전 세계 철강사 32곳 가운데 포스코를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선정했다. 조강 생산 규모로는 세계 4위이지만 기술력,수익성 등 질적 측면에서 '글로벌 넘버 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1980년대부터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가 버팀목이 됐다고 분석한다. 포항공대(포스텍),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기술연구소로 이어지는 포스코의 산 · 학 · 연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2007년 5월 상용화에 성공했다. 일반적인 고로 공정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훨씬 적은 데다 공정 효율성도 높아 차세대 공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으로 기술 수출도 추진 중이다.
기술 개발의 효과는 원가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원가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도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고가의 원재료로 만든 철강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낼 수 있는 것이 포스코 원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도요타,소니 등 일본의 까다로운 기업들이 포스코 철강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철강벨트 구축
포스코의 철강 사업은 항상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철강 수요가 있는 곳에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에 2013년 연산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준공을 목표로 현지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PT-KS)과 합작한 것이 좋은 사례다. 동남아 지역은 연간 3000만t 이상의 철강제품을 수입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최근 브라질 투자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라질은 자원이 풍부한 데다 월드컵,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들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세계 철강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중국 상하이 외곽의 장자항에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연산 6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 설비를 완공,스테인리스 조강량을 세계 3위로 끌어올렸다. 작년 10월엔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연산 120만t 규모의 냉연 공장을 건설했다. 포스코는 전 세계 12개국에서 42개 철강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암초도 곳곳에 있다. 우크라이나 철강업체 자포리스탈을 인수해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려 했지만,최근 입찰에서 러시아 업체에 패했다. 인도에서는 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정부와 계약까지 맺어 놓고도 현지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이 가로막혀 있다. 포스코의 성공적인 글로벌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철강 넘어 종합소재 기업으로
포스코의 미래 행보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신수종 사업의 전개 양상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핵심 원료인 리튬의 자급 문제는 포스코의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재 리튬을 바닷물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성공하면 이 분야에서 세계 첫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휴대폰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소재로 쓰이는 희토류 등 희귀금속의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포스코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희토류는 중국에 90%가량이 매장돼 있는데,중국 광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포스코의 정제련 기술이 필수적이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광산 참여 조건으로 기술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기술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새로운 전략 수출 산업으로 떠오른 원자력 발전 역시 포스코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전 연료봉의 소재인 지르코늄 합금 튜브 생산을 포스코가 맡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원전용 지르코늄 제련 기술을 보유한 호주 아스트론사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생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은 미국,프랑스,러시아에 이어 지르코늄 합금 튜브를 생산할 수 있는 네 번째 나라가 된다. 선박용 연료전지,폐기물에너지,합성천연가스 사업도 포스코가 추진 중인 미래 사업들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