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에서 아시아 자금이 주춤한 대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자금이 다시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쫓아 한국 채권에 몰렸던 아시아 자금은 자국 금리인상으로 이탈할 조짐인 반면,선진국들은 한국과의 금리차가 여전해 투자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적별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태국이 11조45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독일(4조8743억원),룩셈부르크(4조1301억원),미국(3조4850억원)의 순이다. 이와함께 만기 도래 채권의 재투자를 제외한 순투자액은 룩셈부르크가 3조9732억원으로 가장 컸다. 미국 자금도 2조3297억원이 신규 유입됐고,중국은 올해 매수한 2조1213억원이 모두 신규 투자로 나타났다.

반면 순매수 1위인 태국은 만기 채권 상환액이 11조2066억원에 달해 실제로는 국내 시장에서 1616억원을 오히려 빼간 것으로 분석됐다. 태국은 지난해 만기 상환을 제외한 순투자액이 7조7246억원으로 주요 지역들 가운데 가장 컸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태국 자금은 양국 간 금리차를 이용한 재정거래가 주를 이루는데 최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선물환 규제 등으로 재정거래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환율 변동위험을 피하기 위해 헤지해야 하는데 여기에 제한이 생기면서 예전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 국가들이 속속 금리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점도 한국 채권 투자를 줄이는 요인이다. 지난 9일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상(연 2.0%→2.25%)한 데 이어 14일에는 태국 중앙은행이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상폭이 같아 양국 간 금리차는 0.75%포인트로 유지되고 있지만 자국 금리수준이 높아지면 해외 채권 투자자들이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이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태국은 연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2.0%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상 사이클이 본격화한다면 태국 투자자가 원화 채권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달러 약세로 원화가 다른 아시아 통화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국면이어서 매력이 더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윤일광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은 금리인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으로 예상되고 여전히 한국과의 금리차가 큰 상황이어서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도 외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어 선진국과 함께 이머징 자금이 빠져 나간 빈 자리를 메우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