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체질도 섭생과 습관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는 사람의 체질을 태양(太陽) · 태음(太陰) · 소양(少陽) · 소음(少陰)으로 구분했다. 폐가 크고 간이 작으면 태양인,간이 크고 폐가 작으면 태음인,비장이 크고 콩팥이 작으면 소양인,콩팥이 크고 비장이 작으면 소음인이라는 식이다.
체질에 따라 체형과 성격은 물론 장기도 달라 같은 병이라도 약효가 틀릴 수 있다는 만큼 다들 자기 체질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한동안 오링 테스트(O-ring Test)가 유행했던 이유다. 오링이란 엄지와 검지로 만드는 원.무 · 감자 · 오이 · 당근을 사용하는데 무를 왼손에 잡았을 때 오른손 오링의 힘이 빠지면 태양인,감자에 힘이 빠지면 소양인,오이에 힘이 빠지면 소음인,당근에 힘이 빠지지 않으면 태음인으로 본다.
오링 테스트는 물론 전문의의 진맥도 100% 맞는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체질이 어떻든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란 점이다. 뱃살은 더하다. 오죽하면 일본에선 국가가 개인의 뱃살을 관리할까. 체중을 줄이고 뱃살을 빼면 지방간도 낫는다. 체질 개선이 따로 없는 셈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즉시 KB금융을 '비만증 환자'에 비유,당분간 다른 은행 인수나 합병보다 체질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 과감한 개혁을 통한 경영효율화가 대형화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체질을 바꿔야 하는 게 어디 KB금융뿐이랴.호화청사 건축 등으로 피 같은 세금을 마구 써제끼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지방자치단체나 감당하지도 못할 은행빚을 얻어 아파트를 사곤 집값이 떨어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 가계도 마찬가지다.
살 빼는 방법은 한 가지, 적게 먹고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하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절제와 꾸준한 노력없이 살을 빼거나 체질을 개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이어트약을 먹거나 지방을 제거하는 건 힘 안들이고 살을 빼겠다는 건데 그게 간단하면 비만이 그토록 큰 문제가 될 리 만무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